지난달 6일 서울 화양동 노래방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인은 경기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 탈영한 차모(20) 일병이었다. 그는 일면식도 없던 노래방 주인 노모(73)씨를 과도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도망쳤다. 아무도 없는 컴컴한 노래방에는 유혈이 낭자한 시신만 남았다.
차 일병이 노씨를 살해해야 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엿새 만에 검거된 차 일병은 순순히 범행을 자백한 뒤 "삶에 낙이 없고, 죽기 전 마지막 호기심이 사람을 죽여보는 것이었다"고 말해 경찰관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한 번 (살인)해보니 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한 경찰관은 "탈영했다 잡혀도 군대 영창에 가거나 기껏해야 징역 1년 정도가 나오는데 굳이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계속 도피하려 했던 게 의아했다"며 "차 일병은 옷을 여러 벌 바꿔 입고 CCTV를 피해 다니는 등 도주도 전문적이어서 빨리 잡히지 않았다면 연쇄살인범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차 일병처럼 '살인'에 호기심과 매력을 느끼고 실제 행동으로 옮겨 살인을 저지르거나 미수에 그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범죄 전문가들은 지난 7월 경기도 용인에서 알고 지내던 17세 소녀를 강간한 후 목 졸라 살해하고 공업용 커터 칼로 시신을 훼손한 심모(19)군이 그런 경우라고 보고 있다. 심군은 "평소 공포 영화를 볼 때 흉내 내 보고 싶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2010년 12월 인터넷 게임에 빠져 살던 박모(당시 23세)씨는 '아침에 길에서 처음 본 사람을 죽이겠다'고 마음먹고 흉기를 들고나와 처음 마주친 김모(당시 26세)씨를 찔러 죽였다. 그 역시 "게임을 하면서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인터넷상에는 '사람을 한번 죽여 보고 싶다'는 글이 넘쳐난다. 지난달 1일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장난 아니고, 살인해보고 싶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화나서 그런 건 아니고, 걍(그냥) 해보고 싶어요'란 내용이 담겼다. 이 글에는 '가방에 칼 넣고 다니다가 사람 혼자 있으면 CCTV 없는 거 확인 후 칼빵(칼로 찌른다는 의미) 놓으시면 될 듯'이란 댓글도 달렸다. 또 한 인터넷 이용자는 '어차피 죽을 거, 누구 한 명 죽여도 되지 않을까? 죽여 보고 싶다. 근처에 있는 사람을'이라고 적었고, 다른 이용자는 '사람 좀 죽여 보고 싶은데, 전쟁이 왜 안 날까. 사람들을 보면 목을 꺾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썼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자극적 흥밋거리'를 찾기 위해 남을 해치는 왜곡된 자극 추구형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며 "살인 충동이 전부 현실화하진 않겠지만 무고한 사람의 삶을 앗아가는 끔찍한 범죄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어 치안·복지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사회가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분노·좌절 등 경험을 통해 '될 대로 돼라' 식 자포자기 심리 상태가 살인 행위를 우러러보게 하고, 영화 등 매체의 영향으로 살인이나 죽음에 둔감해져 범죄 양상도 점점 흉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한 처벌을 통해 모방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