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씨(29)는 평소 게임도 레이싱 게임만 즐기는 자동차광이다. 박씨는 레이싱게임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게임 전용 스티어링휠(운전대)을 사두는가 하면, 스마트폰 전용 조이스틱도 구매했다. 하지만 박씨는 국내 레이싱 게임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대고 있지 않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이 등장하는 해외 게임과 달리 국내 게임에는 실물차가 없기 때문이다.
니드포스피드, 리얼레이싱, 릿지레이서는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자동차 레이싱 게임들이다. 이들 게임에는 벤츠, BMW,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부가티 등 세계의 명차들이 100% 똑같이 등장한다. 이용자는 게임을 통해 꿈꿔오던 명차를 운전해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이 개발한 레이싱 게임(카트라이더, 다함께차차차 등) 가운데 실제차가 등장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 국내 게임사, 차 메이커 라이선스 받기 어려워
국내 게임에 실물차가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동차 메이커들과의 상표권 문제 때문이다. 실물차의 디자인, 엠블렘을 게임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각 자동차 메이커들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독일, 미국, 일본 등에 있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본사로부터 라이센스를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니드포스피드와 리얼레이싱을 서비스하는 일렉트로닉아츠(EA)는 BMW, 포르쉐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게임에 실차를 등장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니드포스피드의 경우 BMW M5를 애플리케이션 아이콘 모델로 사용하거나, 최근에는 포르쉐 911를 전면에 등장시켰다.
프랑스 모바일 게임업체 게임로프트가 개발한 레이싱 게임 ‘아스팔트’에도 람보르기니 베네노, 부가티 베이론, 페라리 FXX, 파가니 존다R 등 총 47대 실차가 등장한다. 자동차 디자인 뿐만 아니라 차량의 성능 심지어 배기음까지 실제 차량의 배기음을 본떠 만들었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본사를 통해 라이센스를 받는 것은 해당 차량의 주요 스팩과 디자인북등의 자료가 넘어가는 의미로, 본사의 깐깐한 심사와 수십에서 수백억원이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라며 “해외 게임사들의 경우 글로벌 본사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것이고 현재까지 국내 게임사가 라이센스를 따겠다고 연락 온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 다함께차차차, 짝퉁차 등장…비슷하긴 한데 이름이
CJE&M 넷마블이 서비스 중인 다함께차차차에는 이른바 짝퉁차들이 등장했다. CJE&M 측에서 라이센스를 취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임속에서 등장하는 차량의 경우 BMW,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차량과 유사하지만 조금씩 디자인이 다르다. 또 차 메이커들의 엠블럼을 표시하지 않았고, 차량 이름도 바꿔 부르고 있다.
예를 들어 BMW 미니와 비슷한 디자인의 차량의 이름은 ‘당기니’, 고성능 차량인 M3는 ‘W3’로 불리고 있다. 아우디 R8과 닮은꼴 차량은 ‘아크엔젤로’, GM 카마로는 ‘메테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는 ‘마타도르’로 표시된다. 미군 군용차로 유명한 험머의 경우 게임 내에서 ‘해미’로 설정돼 있다.
CJE&M 넷마블 관계자는 “해외 게임사들의 경우 사실감이 중요한 고용량·고화질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어 라이센스를 취득한다”며 “하지만 다함께 차차차와 같은 캐쥬얼게임의 경우 사실감보다는 스토리나 게임구성을 포커스로 개발되기 때문에 라이센스를 취득하진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월 셀비아가 출시한 ‘미니모터레이싱’의 경우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가 유료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이는 국내 A클래스 출시와 함께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된 사안으로, 본사차원이 아닌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의 계약이다. 미니모터레이싱 역시 캐주얼 게임으로, 차량을 똑같이 표현하는 해외 게임사들의 그래픽과는 큰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