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속에 괴물 한 마리가 들어서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변해갈까. 5명의 범죄자 아버지들 아래에서 괴물을 품게 된 17세 소년을 그린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가 강렬한 드라마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24일 오후 4시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화이'(감독 장준환) 언론시사회에서 장준환 감독은 "제 주위에, 그리고 제 안에 있는 어떤 괴물을 들여다볼 때 무서우면서도 고통스러운 그 순간을 구현하려 했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 '화이'에는 5명의 범죄자 아버지들이 키운 특별한 소년 '화이'(여진구 분)가 있다. '화이'는 냉혹한 카리스마 리더 '석태'(김윤석), 운전전문 말더듬이 '기태'(조진웅), 이성적 설계자 '진성'(장현성), 총기전문 저격수 '범수'(박해준), 냉혈한 행동파 '동범'(김성균)을 모두 아버지라 부른다. 아버지들만큼 '화이'가 강해지길 바라는 '석태'는 어느 날 범죄 현장으로 '화이'를 이끌고 여느 10대 소년처럼 순수하던 '화이'는 점점 끔찍한 존재로 변해간다.
여리던 소년 '화이'를 끔찍한 괴물로 변모시키는 인물은 '석태'다.
이날 언론시사회에서 석태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은 "석태는 세상을 위선과 위악(惡) 딱 두 가지로만 보는 인물"이라며 "위선보단 위악으로 가겠다고 선택한 석태는 화이를 처절할 정도로 잔인하게 훈련시켜 위악 그 자체로 만든다. 그리고 스스로 위악을 이겨 괴물을 삼키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석태의 경우 화이한테 자신의 모든 것을 투영하려 한다"며 "우리나라 아버지들 중 자식을 '나의 것'이란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석태는 그런 아버지의 극단"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무거운 긴장감을 조성한다. 아버지와 아들이란 관계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어떠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진성' 역의 배우 장현성은 "요즘 대부분의 영화들은 객석에 어떤 대답을 전해주길 바라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 영화는 반대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무엇이고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들을 되새겨볼 수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명확한 대답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인만큼 17세 소년 '화이'가 보여주는 감정선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여진구는 "실제 내 나이와도 같은 화이는 감정선이 복잡한 아이라서 얽혀있는 내면을 연기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엄청난 몰입력을 줄 수 있는 캐릭터인데다 대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하다보니 저절로 에너지가 생겨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섯명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만큼 자식을 대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무섭고 엄한 '석태'와 달리 또 다른 아버지 '기태'는 따뜻한 사랑으로 '화이'를 보살핀다.
'기태' 역의 배우 조진웅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인 만큼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하나의 가족이지만 저마다의 모습으로 사랑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태는 일방적으로 사랑을 쏟아 붓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화이'가 보는 앞에서도 살인, 폭행 등을 서슴지 않는 다섯 범죄자들 중 행동파 '동범'은 사람을 죽이면서도 미소를 짓고 있는 냉혈한이다.
'동범'을 연기한 배우 김성균은 "인물 자체가 웃음이 많고 시도 때도 없이 낄낄거린다"며 "보여주는 상황도 섬뜩한데 연기하는 나 스스로가 인위적으로 소름끼쳐 보이려 노력하는 것 보다는 단순히 즐기는 인물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장준환 감독의 신작이자 김윤석, 여진구의 호흡으로 기대를 모은 화제작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는 오는 10월 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