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 미 초콜릿(Give me chocolate)'이나 '초콜릿 기브 미'나, 순서가 틀려도 괜찮단 말야. 영어는 배짱이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노인복지회관에서 서기남(70)씨는 '열강' 중이었다. 추석 연휴 전날인데도 교실은 어르신 수강생들로 북적였다. 서씨의 질문에 영어로 유창하게 대답하는 할머니부터, "더블 생큐!"라고 재치 있게 둘러대는 할아버지까지 다양했다.

수산물 수입 사업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서씨가 이곳에서 영어 봉사를 시작한 지는 6개월째. 미국에서 17년 동안 살았던 서씨가 가르치는 영어 수업은 매달 수강 인원 50명을 꽉 채울 만큼 인기가 많다. 처음엔 나이 많은 봉사자가 영어를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단다. 하지만 서씨의 유창한 영어 실력과 유머러스하고도 자상한 강의에 매료된 수강생들이 '선생님', '교수님' 하며 따르게 됐다. 이 수업 반장인 이광자(70)씨는 "선생님이 노인들 기를 팍팍 살려줘서 수업 이후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영어 실력도 좋으신데 연배도 비슷해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으니 젊은 선생들보다 더 좋다"고 자랑했다.

서기남씨가 17일 서울 용산시립노인복지관이 마련한 노인 대상 영어 강좌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서씨가 처음으로 영어 봉사를 시작한 곳은 김포 공항 경찰대다. 2008년 해외 출장을 위해 공항에 갔다가, 한 경찰관이 미국인이 길을 물어보려 하자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이 G20에 드는 선진국이 되었는데, 한국인들이 기본적인 영어회화는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길로 공항 경찰대에 전화한 것이 영어 교실의 시작입니다."

현재는 육군 60사단과 용산복지회관에서 각각 4년 3개월, 6개월째 무료 봉사를 하고 있다. "내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영어에 자신감을 가질 뿐 아니라 삶의 에너지도 얻는 걸 볼 때 아주 짜릿하지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