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극장가는 아무래도 ‘관상’의 독무대가 될 듯합니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향연이 명절의 흥을 더해주는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한 자리 차지한 큰 영화에 객들이 북적북적한 사이 어떤 영화 앞에는 지나던 길 호기심에 기웃거리는 객 몇몇과 애초에 명절의 흥 따위 접어두고 자리 펴고 기다렸을 객 몇몇이 있습니다. 영화 ‘컨저링’이 용감하게도 추석 연휴 직전, 16일에서 17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개봉을 했습니다.

용감해서라기 보다 찬 바람 슬슬 불기 시작하는 가을 입구에서 공포영화가 한국 극장가에 비집고 들어올 틈이 이때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나긴 추석 연휴가 차지하고 있는 9월의 셋째주 ‘팝콘남녀’ 2회에서는 ‘컨저링’을 핑계로 뜬금없이 ‘공포영화’에 대해 잡설을 늘어놓아보았습니다. 억지로 짜냈던 지식의 과시를 잠시 자제하고 공포의 감상을 편히 두런두런 이야기했던, 직장 내 점심시간의 ‘티타임’ 같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안병수 기자(이하 안) : 영화에 대한 잡담을 나눠보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보는 '팝콘남녀' 2회차 시작하겠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살펴보니까 딱히 눈에 띄는 영화가 별로 없어요.

이수진 기자(이하 이) : 이번주에 개봉하는 영화를 보니까 '컨저링'이라는 공포영화가 있어요. 이 영화 말고는 눈에 띄는 영화가 없어서 오늘은 '컨저링'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컨저링' 포스터

: 날이 아침 저녁으로 추운데 공포영화를… 아무래도 추석을 앞두고 '빅'영화가 배급을 다 차지하다 보니까… (이 : 압도적이죠?) 저희가 지난 주에도 소개를 했는데 '관상'이 예매율도 압도적이고 실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죠.

: 사실 '관상' 말고 찾을 만한 영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 영화관에 가면 영화가 개봉이 돼 있어야 보든지 말든지 하지 않겠습니까?

: '스파이'는 처참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어서…

: 첫 주에는 나름 선전을 했는데 2주차에 벌써 (관상과)붙는 바람에… 그래서 그 틈을 타고 소소한 영화들이 개봉을 하고 있는데요.

: 그 사이를 비집고 '컨저링'이(안 : 벌써 개봉 했나요?)… 방송되는 날짜가 화요일이면 오늘 개봉을 했겠죠.

: 저희가 아직 팟캐스트에 익숙하지가 않아서요.(웃음) 그런데 특이하네요. 목요일도 아니고 왜 화요일에 개봉하죠?

: 수요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되니까요.

: 추석에는 뭐하시나요?

: 음식 만들어야죠, 뭐.(웃음)

: 아기는 누가 보고?

: 아기는 신랑이 볼 것 같습니다.(웃음)

: 저는 뭐 추석 때 당직을 계속 설 예정입니다.

: 저도 당직 서고…

: 몇 년 차인데 아직도 당직을…(웃음) 공포영화는 실은 본 지가 오래됐어요. '컨저링' 시사회 다녀오셨는데 어땠나요?

: 제가 시사회에 한 3분 정도 늦었는데요. 맨 뒷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는데 저는 무슨 4D극장에 온 것 같았어요. 음향효과가 아주 뛰어난 나머지 결정적인 순간에 의자가 흔들리더라고요. 제가 깜짝 깜짝 놀랐던 경험을 했습니다. '컨저링'이 화제가 되는 이유가 특별하게 잔인한 장면 없이 미국에서 R등급을 받아서인데요. 제가 직접 보니까 음향 효과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 '장난이 아니다'… 아주 전문적인 표현 감사드립니다.(웃음)

: 감독이 제임스 완이라는 감독인데 '쏘우' 1편을 만드신 분이에요. '쏘우' 1편이 쏘우 시리즈 중에서는 단연 압도적인…

: 흥행은 2편이 압도적이었는데 (이 : 아, 그랬군요)총제작도 제임스 완 감독이 맡았고 4편도 제작했었고…

: 저는 개인적으로 쏘우 시리즈를 다 보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서너 편은 본 것 같은데요. 그 중에서 1편이 단연 최고의 이야기였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 '에일리언'하고 똑같죠. 이야기는 '에일리언 1'이 최고지만 흥행은 2편이 압도적이었듯이…

: 역시 '잡지식'이 풍부하시네요.(웃음) 제임스 완 감독이 또 굉장히 젊어요. 77년생이고 말레이시아 출신, 아시아계 감독이죠. '쏘우' 1편 말고도 연출을 몇 편 더 하셨는데 '쏘우' 말고는 연출로서 인정을 받은 작품이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컨저링', 내용은 정석의 공포영화에요, 사실.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고… 공포영화에서 우리가 한번쯤 봤을 만한 클리셰들이 잔뜩 들어가 있는데도 엄청난 공포 효과를 일으키는 연출을 보여주셨어요.

: 저는 공포영화를 보면 공포스럽지가 않아서 잘 안 보는데 공포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게 분장이나 음향이나 미술을 보면 스태프들의 노고,(웃음) 그런 것들이 떠오르고… 분장을 하느라고 두 시간씩 앉아있었을 배우들 모습이 떠올라서… '이블데드' 이후에 공포영화가 재미가 없습니다. (이 : '이블데드' 대단했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는 저도 깜짝 깜짝 놀랐어요. 특히 '엄마 지하실' 장면에서는 저도 화들짝 놀라고… 그리고 중간중간에 옆에서 갑자기 들리는 사운드.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간에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의 공포가 대단합니다.

영화 '컨저링' 스틸샷

: 많이 인기가 있었던 게임이었죠. '둠'을 생각나게 하는데요.

: 저는 게임을 잘 몰라서, '둠'이 어떤 게임이죠?

: '둠'을 모르다니… 1인칭 FPS 게임인데 (이 : 아, 총 쏘는?)우주에서 악마에 씌인 괴물들과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게임인데, 한정된 공간에서 계속 음산한 기괴음이 '웅웅웅' 울리고요. 옆에서 괴물이 갑자기 튀어나옵니다. 이걸 헤드폰을 쓰고 새벽에 혼자 하다 보면 경기를 일으키며 마우스를 집어 던지게 되는데… 그런 깜짝 놀라는 공포가 아주 오랜만에 느껴졌어요.

: 지금 게임 설명을 들어보니까 '컨저링'이라는 영화가 그 게임과 분위기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컨저링'을 보면 귀신이 나오는 장면이 사실 몇 장면 없어요. 피가 나오는 장면도 딱 하나. 계속 귀신이 어디에선가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솜씨가 빼어났어요.

: 연출도 연출이지만 촘촘한 각본이나 아주 계산된 카메라, 7~80년대 미국영화에서 봐왔던 촬영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만으로 압도적입니다. 이 영화가 왜 무서운가라는 측면에서 동양사람들이 동감할 부분이 많지는 않습니다.

: 영화 설정이 악마에 빙의되는, 집에도 악마가 씌어서 그 집에 새로 들어가 사는 가족들을 괴롭히고 결국 가족 중 한 사람에게 악마가 들어가서 살인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게 미국 공포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악마 이야기이고요. 엑소시즘도 끝에 나오고요. 전형적인 구조를 띄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이 악마라는 소재를 사람들이 굉장히 무서워하는 것 같더라고요. 한국은 그렇지 않잖아요.

: 한국은 악마나 좀비에 코웃음을 많이 치죠.(웃음) 특히나 요즘 한국은 악마보다 사람이 훨씬 무서우니까요. 옆집 사람이 무슨 일을 벌일 지 모르고 툭 하면 아들이 아버지 죽였다는 둥… 공포영화가 흥행을 하려면 공포영화의 흥행 코드들이 있잖아요. 금기를 깬다거나 하지 말란 짓을 해서 죽는다거나 무서운 장소가 등장한다거나 이런 것들이 예전에는 어느 정도 흥행 코드로서 작동을 했는데…

: 요즘은 한국 관객들이 공포영화를 많이 안 보는 추세죠. 무시무시한 뉴스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굳이 공포영화를 보면서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 저만해도 그렇습니다. 굳이 왜 돈을 주고… 특히 한국 여성분들 집에 들어갈 때 뒤를 자꾸 돌아보시면서 걸어가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제가 따라가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요.(웃음)

: 저도 공포영화를 보는 것보다 혼자 집에 들어갈 때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더 흠칫 놀라곤 하지요. 그래서 요즘 한국관객들은 공포영화보다는 스릴러 장르를 좀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요즘 인기 많은 '숨바꼭질'이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누군가가 훔쳐보고 있고 그 안에 구성원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 체크하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영화 속에 잘 녹아내서 그러한 설정 때문에 관객들이 많이 찾으시는 것 같아요.

영화 '숨바꼭질' 스틸샷

: 저희 집은 워낙 작아서요.(웃음) 방 두 칸에 창고 조그마한…

: 누군가가 숨어있을 공간이 없군요?

: 네, 없습니다. 저기서 벌레가 기어가면 그것도 다 보여요.(웃음)

: 누가 오면 오히려 반가워하시지 않을까…

: 네 반갑습니다.(웃음) 여전히 미국에서는 공포영화라는 장르가 흥행에 작동을 하나 본데 그 기저에는 악마라던가 혼령이라던가…

: 자세히 보면 인간성이 사라지고 어떤 강력한 존재, 어떻게 해볼 수 없는 파워풀한 존재에 대해서 서양에서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 한국에서는 좀비 영화 같은 것 보면 '왜 못 도망가?'…

: 그렇죠. 좀비가 그렇게 느릿 느릿 움직이는데 '도망가면 되는 거 아니야?'…

: 아시아에서는 일단 먹히지 않는 코드가 아닌가.

: 동양 쪽에서는 실생활에 밀접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훅' 다가오는 그런 공포를 만나야 그제서야 무섭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 '컨저링'으로 돌아가서, '더 헌티드'라는 영화하고 그리고 공포영화의 전설이죠. '엑소시스트'. '엑소시스트'가 보였다고 할까요.

: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영화 중에서 대표적이죠.

([팝콘남녀] 2회의 2편은 ‘엑소시스트’를 비롯해서 서양 공포영화와 일본 공포영화를 포함한 동양의 공포에 대해서 담아낼 예정입니다.)

[팝콘남녀 2회 방송 듣기]

(제작 : 조선닷컴 시네마조선)

[팟캐스트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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