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웰스 감독.

까닥하면 본전도 못 건질 캐스팅이다. 출연 배우 중 절반이 오스카상을 받았거나 후보에 올랐고, 나머지 절반은 이름 앞에 '연기파' 혹은 '성격파'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이완 맥그리거, 줄리엣 루이스에 아역 배우 애비게일 브레슬린까지 등장하는 '어거스트:오세이지 카운티'에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소리 없는 전쟁이다.

10일(현지 시각)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열린 이 영화의 기자회견엔 이례적으로 출연 배우 대부분이 참석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개막작의 주인공으로 이미 기자회견을 가졌던 베네딕트 컴버베치와 "몸이 안 좋다"는 메릴 스트립만 빠졌다. 하지만 기자회견의 절반은 메릴 스트립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아버지의 장례식 후 약 15분간 이어지는 가족의 식사 장면은 짜릿한 쾌감까지 느끼게 할 정도다. 가시가 돋치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배우들의 대사는 몇번이나 스파크를 일으킨다. 존 웰스 감독은 "대본 20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이 장면을 5일간 찍으려고 했는데 3일 만에 끝냈다. 배우들이 철저히 준비를 해왔고, 특히 메릴 스트립이 저한테 윙크하면서 '계속 하라'는 신호까지 보냈다"고 말했다. 줄리아 로버츠가 여기에 맞장구를 쳤다. "그게 바로 우리 인생이죠, 메릴 따라잡기!"

모든 캐릭터에게 비슷한 분량이 주어졌지만 메릴 스트립과 줄리아 로버츠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서로를 위하고 원하면서도 서로에게 쌍욕과 폭력을 서슴지 않는 모녀(母女)다. 메릴 스트립과 처음으로 함께 연기를 한 줄리아 로버츠는 "누구나 메릴 스트립과 함께 일하기를 꿈꾼다. 하지만 이런 (싸움) 장면에 함께 출연해 그의 목을 조르는 연기를 하는 건 내가 꿈꾼 것과는 한참 다르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