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류업체 아베크롬비&피치(A&F)가 히잡을 쓴 무슬림 여직원을 해고했다가 법원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았다.
미국 샌프랜시스코 연방지방법원은 A&F 직원 우메 하니 칸이 회사를 상대로 자신의 히잡 착용을 이유로 회사가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1일(현지시각) NBC가 보도했다.
이슬람교도인 칸은 2010년 2월 히잡을 벗으라는 A&F 상점 책임자의 요청을 거절했다가 해고됐다. A&F는 직원들에 대한 복장 규정에서 두건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당시 19세였던 칸은 회사 복장 규정에 따라 청바지와 티셔츠, 샌들 등은 바꿔 입었지만 히잡 만큼은 종교적 신념 때문에 벗을 수 없다며 회사측의 지시를 거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F가 칸의 종교적 신념을 배려하지 않고 히잡을 벗으라고 한 것은 악의적이고 무모할 정도로 무심했다”며 A&F에 대해 칸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확한 액수는 다음 재판을 거쳐 결정된다고 NBC는 전했다.
A&F측 변호인은 히잡 착용이 제품 인지도에 타격을 줘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변론했다. 점원들은 '살아있는 광고'나 다름없어 이들의 의상과 외모도 회사 입장에서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재판부는 "(직원이 히잡을 착용한 것을 두고) 불평한 고객이 없었다"며 "당시 칸은 물품 보관소에서 옷을 정리하는 일을 맡고 있어 상점에는 들어갈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매출에도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A&F의 직원 용모 정책과 고용 정책은 예전부터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회사측이 '매력적인'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데 대해 외모지상주의,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7월에는 프랑스에서 외모나 인종에 따른 차별 채용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칸이 3년 전 소송을 걸었을 때도 이미 A&F를 상대로 비슷한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이슬람교도 여성이 2명 더 있었다고 NBC는 전했다.
A&F측은 자사 브랜드의 젊고 활달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입장을 고수해 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브랜드 컨설턴스 롭 프랭켈은 A&F가 직원들에게 특정 의상을 입을 것을 요구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부르카나 야물커(유대인 남자들이 쓰는 모자)를 착용하지 말라고 하는 건 권리 억압이 아니라 브랜드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NBC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