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 일가가 휴가를 떠난 틈을 타 런던 버킹엄궁에 숨어든 도둑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BBC방송이 7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런던 경찰청은 지난 2일 오후 10시 20분쯤 버킹엄궁 담을 넘어 안으로 잠입한 남성을 강도와 불법 침입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이날 발표했다. 용의자는 주중 업무 시간에만 일반에 공개되는 내빈실 구역에서 발견됐으며, 궁에 있는 왕실 소유의 예술작품과 골동품을 훔치기 위해 잠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궁 밖에서 이 남성을 돕던 다른 남성 1명도 붙잡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 필립공은 여름 휴가차 궁을 떠나 휴양지인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 머물고 있어 사고 당시 궁에는 왕실 일가가 아무도 없었다고 BBC가 전했다. 궁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버킹엄궁은 영국 왕실의 사무실이자 왕의 거처이며, 국빈을 맞는 공식적인 장소다. 침입 사고와 관련된 일화들도 다양한데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82년 정신병이 있던 마이클 페이건(당시 30세)이 하수관을 통과해 여왕이 자고 있던 침실에 숨어든 일이다. 여왕은 집 나간 아내와 남은 자식들을 걱정하는 그의 신세타령을 10분간 들어주다가 '담배를 달라'는 요청에 비로소 경보를 울릴 수 있었다. 2003년 현지 언론 '데일리미러' 기자 라이언 페리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숙박에 맞춰 취재를 위해 2개월간 시종으로 위장 취업한 사건, 2004년 배트맨 복장을 한 시위자가 경비를 뚫고 사다리를 타고 발코니에 올라 시위를 벌인 소동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