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해 오는 장난감 총…개조하면 사람한테 조준해서 쏠 수 있는 일반 총이 있어요."

내란 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이 지난 5월 RO(혁명 조직) 회합에서 꺼낸 말이다. '무장(武裝)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던 녹취록 대목에서다.

실제 인터넷 공간에서 개조 BB탄총 구매를 시도해봤다. 2시간도 안 돼 현행법상 불법 총포류인 '파괴력 15배 높인 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지난 5일 오전 10시 '개조 총기' 'BB탄총' 등 키워드로 인터넷을 검색하자 판매 사이트가 수십 개나 떴다. 규모가 큰 사이트에 전화하자 판매자는 "일제 스나이퍼 총의 파괴력이 끝내준다"며 "10만원을 더 주면 강화 스프링과 실린더를 갈아 끼운 개조 형태로 물건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파워브레이크(완충 장치) 해체 등 파괴력을 더 높이는 방법은 물건을 사면 알려주겠다고도 했다. 오전 10시 30분쯤 지정된 계좌로 입금하자, 퀵서비스를 통해 정오쯤 개조된 총이 배달됐다.

대량 구매를 시도해봤다. 다른 장난감 총 판매업체는 "라이플 50정, 권총도 20~30정까지 강화 스프링을 달아서 3시간 안에 배달해 드리겠다"고 했다. 몇 군데에만 주문하면 하루 만에 100정이 넘는 개조 총기를 손에 넣는 건 쉬운 일이었다. 신원을 확인하거나 총을 어디에 쓸 것인지 묻는 판매업자는 한 명도 없었다. 탄환으로 사용되는 지름 6㎜짜리 쇠구슬도 시중 가게에서 8000원에 한 봉지 살 수 있었다. 실제 배달된 총기에 쇠구슬을 끼워 격발하자 두께 6㎜ 유리판이 산산조각 났다.

현행법은 장난감 총의 허용 파괴력과 탄환 크기·무게도 제한한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한두 사람이 장난감 총 운운했다고 국정원이 내란 음모라고 우긴다"고 반박한 근거도 장난감 총의 파괴력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총기 개조업자는 "강화 스프링을 '튜닝'하고 완충장치를 추가로 빼내는 등 조금만 손을 보면 5J(5㎏을 1m 옮길 수 있는 힘·법적 기준치 25배)까지 강화가 가능하다"며 "유리병을 깨거나 꽉 차 있는 음료수 캔 몇 개를 뚫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 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무기단속을 담당하는 경찰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그런 모의 총포를 파는 줄 몰랐다"며 "파괴력이 법적 허용 범위를 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작년 강남 일대에서 벌어진 '무차별 쇠구슬 난사(亂射)'의 범행 도구도 개조한 장난감 총이었다. 일당은 지름 5㎜ 쇠구슬을 장착했는데, 5㎜ 통유리와 자동차 강화유리가 한 발에 박살 났다. 당시 수사 관계자는 "사람이 맞았다면 실명(失明)하거나 피부가 찢기는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법 개조된 총기류가 인터넷 공간에서 버젓이 팔리는 것은 단속이 형식적이라는 뜻"이라며 "장난감 총이 개조 한 번으로 무기로 변하는 만큼 업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알려왔습니다

▲본보 지난 9월 7일자 A10면 '파괴력 15배 강화한 장난감 총 주문하자 2시간 만에 배송 완료', 22일자 A11면 '진짜 같은 장총·권총 즐비… 경찰 "무기고 수준”’제하 기사와 관련, 해당 업체는“고객의 문의에 응대했을 뿐 불법 총포류를 판매하거나 불법 총기 개조를 부추기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