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 때문에 제가 북한 인권 문제나 국군 포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닙니다. 그건 제 개인사죠."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김한회(50) 변호사는 1983년 북한의 아웅산 폭탄 테러로 숨진 고(故)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의 아들이다. 미국에 유학 온 이후 20여년간 미국 IT 업계에서 일했던 그는 "경력을 바꿔 보고 싶어서" 2009년 산타클라라대 로스쿨에 들어갔다.
"친구의 아버지이신 김상헌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로스쿨 들어가기 전에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자료의 영작을 도왔는데 그때 처음 국군 포로 문제를 알게 됐고요."
그는 이 단체에서 내는 국군 포로 백서를 보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1994년에 조창호 소위가 탈북하고 십수 년이 지났고 그동안 남북 관계도 개선됐으니 당연히 다른 포로들도 조용하게 한국으로 온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가족과 함께 열악한 함경도 광산촌에 산다는 자료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2010년 방학 동안에는 로스앤젤레스의 국군 포로 송환 추진위원회에서 인턴을 하면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낼 국군 포로 문제에 관한 신고장을 썼고, 구소련 외교문서 등 국군 포로 관련 자료와 증언을 수집했다. 지난 5월에 미국 변호사 자격을 받은 후로도 계속 국군 포로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오는 10월 국군 포로 송환운동을 해온 시민단체인 물망초와 함께 ICC를 찾아가 북한 정권의 국군 포로 억압에 관한 보충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그는 "북한 지도자가 법정에 설 그런 날에 대비해 미리 국군 포로에 대한 증언과 기록을 수집하고 관련 자료를 국제사회에 꾸준히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ICC는 집단살해죄,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형사처벌하기 위한 상설 국제법정으로, '로마규정'이 발효된 2002년 이후 범죄를 처벌한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 북한에 있는 국군 포로 가족을 돕는 사업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