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한 부자들을 겨냥해 전용기로 지구 곳곳을 한번에 일주하는 여행 상품이 인기다. 특히 아마존 밀림, 아프리카의 초원, 동남아시아 외딴 섬 같은 이색 장소를 한데 묶은 관광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고 CNBC가 5일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패키지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브라질 아마존 우림에서 만찬을 즐긴 후 남태평양 사모아에서 스파를 하며 휴식을 취한다. 이어 지상 최대 야생 동물 서식지인 케냐의 마사이 마라 국립보호구에 도착, 가이드 안내에 따라 광활한 초원을 거닐며 자연을 감상한다. 상품가는 1인당 10만5000달러(약 1억1400만원). 한 달도 채 안돼 매진됐다.
이 상품을 만든 고급 여행사 아베르크롬비앤켄트 회장 제프리 켄트는 "요즘 부자들은 돈이 넘쳐 나지만 시간은 부족하다"며 "여행 상품을 신청하면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곳을 여행할 수 있다"고 했다.
아베르크롬비앤켄트는 올해 '아프리카: 전용기로 대륙을 보다'라는 상품을 내놨다. 40명의 여행객들은 내부가 고급 클럽처럼 꾸며진 보잉 737 항공을 타고 아프리카 대륙을 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형 수족관에서 환영회를 가진 후 나미비아 사막에서 별빛을 보며 저녁 식사를 한다. 다음 목적지인 탄자니아의 초원에서 사냥을 하고 우간다에서 야생 고릴라와 대면할 기회도 갖는다. 마지막으로 에티오피아에서 칵테일 파티를 즐긴 후 목적지인 이탈리아 로마에서 환송회로 여행을 마무리한다.
내년 봄으로 예정된 이 상품은 이미 예약이 끝났다. 가격은 1인당 9만5000달러(약 1억300만원). 반응은 폭발적이어서 내년 가을로 예정된 26일짜리 여행 상품을 또 하나 준비했다. 1인당 12만달러(약 1억3000만원)인 가을 상품도 벌써 예약이 꽉 찼다.
이처럼 소수 특권층만을 위한 15~30일짜리 고급 여행 상품의 수요가 늘자 여행 업계와 호텔 업계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CNBC가 전했다. 심지어 교육용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비영리 매체 내셔널 지오그래픽도 전용기 투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부회장 린 커터는 “사람들은 특별한 경험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CNBC에 말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올해에만 5개의 전용기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6개로 늘릴 예정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는 사진사, 과학자, 동식물 연구가 등을 가이드로 앞세운 특별한 투어를 제공한다. 잉카 문명의 산지인 페루의 마추피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세계 최대 산호초가 있는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부탄의 불교 사원 등지를 도는 이 여행은 자연 명소와 과거 유적지에 대해 자세히 경험하고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투어를 오기 위해 7만5000달러(약 8200만원)를 지불하는 사람은 부호 뿐이 아니다. 커터 부회장은 “수년 간 돈을 모아서 오는 선생님들도 많다”고 말했다.
6성급 호텔 포시즌은 탐험보다 휴식에 초점을 맞춘 이색 여행을 제공한다. 전세계 수십 개 포시즌 호텔만 방문하는 전용기 투어와 전세계 유명 레스토랑과 맛집을 찾아다니는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포시즌 마케팅부서 부회장 수잔 헬스탑은 “오늘날의 부자들에게 여행은 필수 요소”라며 “그들은 남들이 가보지 않은 곳에 가보고 보다 기억에 남고 서사적인 경험을 하고 싶어한다”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