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난성으로 오세요!”
허난(河南)성이 한국 관광객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허난성은 중국에서 관광자원이 가장 풍부한 곳이지만 지금까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허난성은 문자 그대로 황하(黃河)의 남쪽에 있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면적은 남한의 약 1.7배인 16만7000㎢이고, 작년 말 인구는 1억543만명이다. 중국의 성 중에서 최초로 인구 1억명을 돌파한 지역이다. 흔히 중국을 ‘중원(中原)’이라고도 하는데 이때의 중원은 허난성을 가리킨다. 중국 역사에서는 중원을 차지하는 세력이 전체 중국의 패권을 쥐었기 때문에 허난성은 항상 메인 스트림의 무대였다.
그러다 보니 주요 관광자원인 옛도시(古都·고도)가 압도적으로 많다. 중국에는 ‘8대 고도’가 있는데 이 중 4개가 허난성에 있다. 허난성의 성도(省都)인 정저우(鄭州)와 안양(安陽), 뤄양(洛陽), 카이펑(開封)이 해당 도시다. 뤄양은 우리 민요 ‘성주풀이’에 나오는 낙양성의 낙양이다. 카이펑은 포청천이 활약했던 북송의 수도다. 정저우와 안양은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국 고대사의 주요 왕조인 상(商)나라의 도읍이었던 곳이다. 상나라는 은(殷)나라라고도 불린다. 이만하면 ‘중국의 초창기를 알려면 허난성으로 가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8대 고도 중 4개 고도 순회는 허난성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호사(豪奢)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난성은 경치도 빼어나다. 일찍 상업적으로 개발된 다른 지역과는 달리 허난성은 최근에 개발되기 시작해 자연미가 잘 보전돼 있다. 최근 허난성 정부가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관광자원으로 운대산(雲臺山)을 들 수 있다. 운대산은 정저우에서 서북으로 70㎞ 떨어진 자오쭤(焦作)시 슈우(修武)현 경내에 위치한다. 중국 최고 관광지인 국가 5A급 관광지다. 총 면적은 240㎢이고 주봉인 수유봉(茱萸峰)은 해발 1304m이다.
운대산은 중국 10대 명산에 들어갈 만큼 절경이 많다. 예컨대 홍석협(紅石峡), 담폭협(潭瀑峡), 천폭협(泉瀑峡), 수유봉, 첩채동(叠彩洞), 미후곡(猕猴谷), 자방호(子房湖), 만선사(万善寺), 백가암(百家岩), 청룡협(青龍峡), 봉림협(峰林峡) 등 11개 명소가 있다.
운대산의 가치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운대산은 2004년 2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최초로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2007년 8월에는 베이징(北京)에서 운대산과 미국 그랜드캐니언이 정식으로 자매공원 관계를 맺었다. 운대산은 지난 3월에는 중국 관광지 최초로 해외(서울 마포)에 관광사무소를 설립해 해외 시장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작년 한 해 운대산 관광구 방문 관광객이 506만명인데 이 중 한국인은 약 10만명이다.
◇“허난성에서는 주먹자랑 하지 마라”, 왜?
한국에는 아직 잘 안 알려져 있지만 회룡천계산(回龍天界山)도 천하의 절경이다. 이 산은 허난성 신샹(新鄕)에 있고 면적은 43㎢다. 회룡천계산의 경치 중에서도 360도 각도로 남태항(南太行) 산맥을 둘러볼 수 있는 운봉화랑(雲峰畵廊)이 으뜸이다. 벼랑 끝으로 나갈 수 있도록 철골구조물로 18m 정도 길이의 전망대를 내어 남태항 산맥을 전방위로 둘러볼 수 있다. 아득한 구름 속에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공중전망대에 오른다 하여 시담대(試膽臺), 즉 ‘담력테스트 전망대’라는 별명이 있다.
허난성은 역사의 고장답게 문화재도 많다. 이 중에서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용문석굴(龍門石窟)은 허난성을 대표하는 유적이다. 용문석굴은 중국 3대 불교 석굴 중 하나다. 용문석굴은 뤄양 교외를 흐르는 이하(伊河)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용문산과 향산(香山)의 암벽을 따라 약 1.5㎞에 걸쳐 조성됐다.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김아영 대리는 “용문석굴에는 석굴이 총 2345개에 총 10만점이 넘는 불상, 2860여개의 비문(총 30여만 글자)이 새겨져 있고, 70여개의 불탑이 있다”고 말했다.
허난성에서는 무술도 주요 관광자원이다. 중국에서 ‘허난성에서는 주먹자랑 하지 마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무술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우선 이곳에는 소림사(少林寺)가 있다. 소림사는 두 말이 필요없을 만큼 무술의 메카다. 오죽했으면 ‘중국공부경천하 천하공부출소림(中國功夫驚天下 天下功夫出少林·중국 무술은 천하를 놀라게 하고, 천하의 무술은 모두 소림사에서 나왔다)’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소림사는 정저우와 뤄양 사이에 있는 등봉시 숭산(崇山)에 위치해 있다. 소림사는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세계적 관광지로 떠오른 지 오래다.
‘소림사가 허난성에 있었구나!’ 하고 놀란 사람은 다시 놀라야 한다. 허난성은 태극권의 발원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태극권은 중국이 가장 중국스러운 무술로 국가적 차원에서 전 세계에 보급하는 무술이기도 하다. 중국국가여유국에 따르면, 태극권은 명말 청초인 17세기 중엽에 온현(溫縣) 진가구(陳家溝) 사람인 진왕정(陳王廷)이 개발했다. 진왕정은 선대부터 내려오던 권법을 기초로 다양한 무술의 장점을 취합했으며 여기에 역학과 한의학 등의 사상을 더했다.
진가태극권은 제14대 전승자 진장흥(陳長興) 때부터 외부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진가구에서는 진가태극권 외에 양(楊)씨, 무(武)씨, 손(孫)씨, 화(和)씨 등 여러 유파가 탄생했다. 현재 전 세계 150여개 국가로 태극권이 전파됐으며 태극권을 연마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약 2억명에 달한다.
현재 진가구 출신 태극권 명인으로는 주톈차이(朱天才·69) 태극대사가 있다. 주 대사는 중국의 중요무형문화재에 해당하는 ‘비물질문화유산’으로, 중국 정부가 인증한 4명의 태극권 명인 중 한 명이다.
현재 한국인의 중국 관광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 관광이 1세대였다면, 장가계·황산 등 명승지 관광이 2세대라고 할 수 있다. 친자오옌(秦嬌燕) 허난성 자오쭤시 운대산풍경명승구관리국 선전과 부과장은 “한국인 관광객들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중국 관광으로 역사와 문화, 경치를 같이 즐길 수 있는 3세대 관광을 찾는데 허난성은 이들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 더 많은 기사는 2013년 9월 2일 발매된 주간조선 2272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