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유정난이란 역사적 사건에 허구의 인물 관상가가 뛰어들어 탄생한 영화 '관상'이 관람객들을 찾아간다.
2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 기자간담회에서 관상가 '내경'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는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광풍에 한 관상가가 관여하면서 벌어지는 허구를 그린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조선 단종 원년(1453)에 수양 대군이 정권을 탈취하기 위해 김종서를 비롯한 반대파를 숙청한 사건인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펼치는 이번 영화는 얼굴 하나 만으로 조선의 운명을 내다보며 수양대군과 김종서 사이의 피 튀기는 권력 다툼을 바로 잡아보려 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 한재림 감독은 영화의 배경이 된 계유정난에 대해 "조선 역사상 가장 심각한 비극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눈과 코, 입 등 얼굴 생김새로 운명을 판단하는 관상쟁이가 조선의 격정적인 역사까지 뒤흔들 수 있는 지다.
배우 송강호는 "이번 영화를 통해 개인의 삶에서 바라보는 운명이란 무엇인지, 한낱 관상쟁이가 눈앞에 펼쳐지는 조선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길게는 역사에 어떻게 순응해 가는지를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잡아갔다"고 촬영소감을 전했다.
실제 영화 속에서 관상가 '내경'은 힘없는 신분임에도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시도하는 인물이다.
한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조선의 역사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한 관상가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고 연출을 맡은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영화 '관상'은 허구의 인물인 내경, 그리고 실존 인물인 수양대군과 김종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점에서 '팩션'이란 특징을 갖는다.
수양대군 역의 배우 이정재는 "실존인물이면서도 극악한 인물로 자주 묘사되는 수양대군 역이지만 이번 영화를 위해 많은 공부를 해보니 평가에 대한 호불호가 반반으로 분명히 갈리더라"며 "왜 이 인물이 악행을 행할 수밖에 없는지를 수양 내면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촬영소감을 밝혔다.
김종서 역할을 연기한 배우 백윤식은 "계유정난의 축이 되는 실존인물이면서도 조선 왕조 시대에 왕권을 지키려 노력하는 충신 역"이라며 "조선왕조의 선비정신을 무게감 있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허구의 인물을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집어넣는 데에는 극 중 한양 최고의 기생 '연홍'의 역할이 컸다.
연홍 역의 배우 김혜수는 "사실 연홍은 극 중에서 흐름을 좌우하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관객과 주인공 내경을 만나게 해주는 직접적 역할을 하면서 또 극이 소용돌이 칠 때는 한발 빠지는 인물"이라며 "관객과 같은 입장에서 극 전체를 지켜보는 영화의 길잡이와 같은 역할"이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송강호, 백윤식, 이정재, 김혜수 등 대선배와 같이 호흡을 맞춘 풋내기 스타 이종석과 조정석의 존재감도 눈에 띈다.
내경의 처남 역을 맡은 배우 조정석은 "대선배님들과 같이 연기하니 자연스럽게 그 호흡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상가인 아버지를 뒀으나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도전하는 진형 역의 배우 이종석은 "촬영장에 도착할 때마다 감탄했다"며 "이런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한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촬영 소감을 전했다.
사람의 얼굴에는 세상의 삼라만상이 모두 다 들어있다고 믿는 한 관상가가 조선왕조의 운명까지 뒤바꾸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관상'은 오는 1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