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지난 28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서울 사당동 자택에서 압수한 현금 1억4000만원 중 러시아 돈 1만루블(약 33만원)과 미국 돈 621달러(약 70만원)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 돈이 임차보증금이라는 이 의원 측 설명이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계좌 추적을 통해 출처와 사용처 파악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또 이석기 의원의 한 측근이 중국에서 북한 당국 고위 관계자와 접촉하는 과정을 국정원이 확인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경기동부연합 시절부터 오랫동안 이 의원을 보좌했던 한 인사가 중국에서 북한 고위직을 만난다는 첩보를 입수해 현장을 추적했었다"며 "국정원은 이들이 만나는 모습을 사진 등의 증거로 확보하기 위해 장기간 추적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수사 기관에 따르면 이 의원이 설립한 선거 홍보 대행사 CNP에서 일했던 한 인사도 수년간 북한 고위직 인사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사정 당국은 이번 사건에 관련된 일부 인사가 북한에 몰래 드나들었던 증거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이들의 밀입북이 이번 내란 음모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인지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사정 당국은 또 일부 친북 인사가 김정일 사망을 전후해 밀입북했던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이 이 의원 측의 이번 모의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중국으로 입국한 뒤 북·중 국경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썼던 것으로 사정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 수사 기관에선 이들의 중국 출입국 기록과 중국 현지 활동 기록을 대조하며 이들의 행적이 묘연한 시기를 중심으로 의혹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이 같은 북한과의 연계 의혹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과거에 있었던 용공 조작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압수 수색 당시 이 의원 자택 거실에서는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좌우명으로 알려진 '이민위천(以民爲天)' 글귀의 액자가 발견됐다. 백성을 하늘같이 여긴다는 뜻의 이민위천은 중국 역사서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김일성은 지난 1992년 회고록에서 "이민위천은 나의 지론이고 좌우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