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중견기업 대표 30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면서 "중견기업은 우리 경제의 허리"라고 했다. 그는 전날 10대 그룹 회장단 오찬에 이어 이틀째 '기업 기(氣) 살리기'에 나섰다.
◇"일감 몰아주기 옥석을 가려야"
중견기업 대표들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끼인 중견기업의 애로를 토로했다. 한 참석자는 "최근 정부가 R&D 투자 세액 공제 혜택을 중견기업으로도 확대하고 있지만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에 한정돼 있고 8% 공제 비율도 대기업과 별반 차이가 없다"며 "적용 대상을 최소 매출 1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공제 비율도 중소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중견기업은 중소기업보다 규모가 크고 안정적이어서 상대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사회보험료 기업부담금의 법인세 비용공제 등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올해부터 시행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에 중소·중견기업까지 포함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기업 규모와 조직 형태 등에 관계없이 일률적인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에 커다란 규제이자 부담"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중견기업에 R&D(연구개발)를 위한 세제 혜택도 연구하면서, 동시에 ADD(국방과학연구소) 같은 곳과 잘 연결이 돼서 민간에게 이전될 수 있는 고급 기술은 즉각 중견기업에 이전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서도 옥석을 가리고 엉뚱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참석자를 여러모로 배려했다. 사회를 본 조원동 경제수석은 지난 28일 10대 대기업 오찬이 열린 청와대 인왕실보다 중견기업 오찬이 열린 충무실이 더 크다며 "대기업보다 조금 큰 방에서 오찬을 하시게 된다. 이것이 우리 경제계의 큰 사다리를 상징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중산층 70% 복원과 창조경제 실현, 자신감 생겼다"
오찬에 앞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는 중산층 70% 복원 방안과 '민관 창조경제 기획단' 구성 등 창조경제 활성화 제안이 보고됐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기획단에서 신기술, 신아이디어, 신산업을 발굴하고 다양한 산업을 포괄하는 융합산업 등 미래 성장산업을 종합기획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오늘 주신 말씀들을 잘 실천에 옮긴다면 중산층 70% 복원과 창조경제 실현이 가능할 것이란 믿음과 자신감을 저도 갖게 됐다"며 "민관 창조경제 기획단을 만들어서 다양한, 생산적인, 현실에 맞는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것을 또 정부에서 어떻게 뒷받침할지 의논해서 창조경제가 하루빨리 가시적 성과가 나고 체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