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당은 29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 음모 사건이 가진 폭발력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섣불리 어느 한 쪽으로 단정했다가는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촛불 중단한 민주
민주당에선 전날까지만 해도 국정원이 선거 개입 의혹을 '물타기'하기 위해 내란 음모 수사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많았다. 그러나 이날은 일단 '진보당 때리기'로 방향을 잡았다. 전날은 "아직 (사건) 내용을 잘 보지 못했다"고 했던 김한길 대표는 이날 의원 워크숍에서 "이제까지 알려진 혐의가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사실이라면 또 하나의 국기 문란 사건으로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마땅하다"며 "깜짝 놀랐다"는 표현도 썼다. 다만 "국기 문란 사건의 당사자로 지탄받고 있는 국정원이 또 다른 국기 문란 사건의 수사 주체가 돼 있는 만큼 민주당은 진상이 밝혀지는 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사건 전모를 모르는 상태에서 잘못 발을 디디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어 김 대표의 고민이 무척 컸다"고 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117명의 민주당 의원은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거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은 휴식 시간에 "우리가 촛불 집회에 가면 진보당 의원들과 섞일 수밖에 없는데 그들과 한편인 것처럼 오해받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30일 부산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또 촛불 집회를 주도하는 '시국회의' 측에 "진보당 의원들의 촛불 집회 참여를 배제해 달라"는 요청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보당 인사들의 촛불 집회 참여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 당 지도부가 3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가 촛불 집회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장외투쟁 자체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역풍 우려하는 새누리
새누리당 역시 이날 정치적 공세를 자제하고 의원들에게는 신중한 언행을 당부했다. 섣불리 전면 공세에 나설 경우 역풍(逆風)이 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사실로 밝혀진다면 경악할 만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의원들에게 "우리는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중하고 냉정한 자세로 사태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수사 기관보다 앞서 나가는 정치적 발언은 자제해달라는 것이다. 황우여 대표는 "사법 당국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며 간단히 언급했고 다른 고위 당직자들은 연찬회에서 이 문제를 따로 말하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은 현역 의원이 포함된 내란 음모 사건 자체에 놀라면서도 일부 의원들은 "무장까지 논의했다는 조직치고는 좀 허술해 보인다. 증거도 부족한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상당수 의원은 "아직 실체를 모르겠다. 당분간은 말조심하고 지켜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