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가 에로를 알아?"('아티스트 봉만대' 중 봉만대 감독의 대사)

알지만 아는 척하지 않고, 몰라도 묻지 않는다. 봉만대 감독은 에로에 대한 이런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서 시비라도 거는 듯 페이크 다큐멘터리 '아티스트 봉만대'의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에로틱 스릴러 '해변의 광기'를 찍는 한 영화 촬영장을 '제작기'처럼 보여준다. 성은, 곽현화, 이파니, 여현수 등 출연 배우들도 현실 속 자기 모습을 연기한다. 이들의 대사 역시 감독이나 작가가 쓴 것이 아니다. 봉 감독이 상황을 설정하면 거기에 각자 대응을 한 게 다 대사고 연기다.

봉만대 감독은 “영화 속에서 화내다, 웃다 감정 기복이 심한 내 캐릭터는 연기가 아니다. 영화 속 다른 인물들의 캐릭터도 실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1999년 '도쿄 섹스피아'로 데뷔한 봉 감독은 극장 영화를 연출하는 2003년까지 '이천년' '디지털 비디오' '아파바' 등 15편의 16㎜(비디오 출시용) 성인 영화를 연출했다. 그 이후에는 상업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신데렐라'와 드라마 'TV방자전' 등을 연출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제목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아티스트'까지 붙였다. 봉 감독은 "내 이야기를 하는 영화니까 내 이름을 제목에 붙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창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그 열정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에 '아티스트'라고 했다. 사람들이 나를 '에로 거장'이라고 부른다지만 스스로를 그렇게 부를 순 없기도 하고"라고 했다.

'아티스트 봉만대'가 보여주는 에로 영화 촬영장은 난장판에 가깝다. 노출에 민감한 여배우들은 화를 내고, 제작자는 '더 딥하게(깊게)' 찍을 것을 요구한다. 여기에다 여배우 섹시화보를 찍으려는 사진작가까지 등장한다. 봉 감독은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이후) 10년 동안은 상업영화계 안에서 몸부림쳤던 B급의 시간이었다. 그 안에서 겪은 재미있는 것들을 나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안타까워서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영화 속 에피소드는 실제와 100% 가깝다"고 했다.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본 한 제작자는 SNS에 '내 얘기를 영화로 만든 것 같다, 그땐 미안했다'며 봉 감독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아티스트 봉만대’ 중 한 장면.

'에로'라는 장르의 특성상, 여자 배우의 노출이 언제나 갈등의 발단이다. 제작자는 더 많은 노출을 원하고 배우는 이를 피하려고 한다. '연습을 해보자'는 남자 배우의 손길을 피하려다 싸움이 나고, 연습을 하다가 여배우가 감독을 유혹하려고 하기도 한다. 영화 속 또 다른 감독으로 출연한 임필성 감독은 여배우에게 "봉만대는 여배우를 잘 꼬셔서 벗긴다"고 경고한다. 봉 감독은 "여배우의 노출은 설득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촬영 전에 만나서 '취미가 뭐냐' '평소에 뭐하냐'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내가 좋은 사람이란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연은 모두 나와 남자인 조감독 둘이서 한다. 나는 여배우의 몸을 만질 수 없고, 남자들끼리 그러고 있는 모습이 웃겨서 여배우들도 긴장을 푼다"고 했다.

봉 감독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지난 10년을 들여다보게 됐다. 비디오(VHS)시장이 사라지면서 돌아갈 곳이 없어지고, 그간 다양한 장르의 결합과 새로운 매체를 시도했다. 그러는 동안에 에로는 남성 전유물로 남아버렸다"고 했다. "여성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에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폭력적이거나 억압적인 성(性) 말고, 유쾌하고 건강한 것으로 말이죠. 어차피 어른이면 다들 '19금(禁)'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왕이면 즐기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2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