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통일교 설립자 문선명 총재 1주기 추모식에서 한학자 총재가‘말씀’을 하고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문·한총재 부부의 거처인 천정궁의 모습.

23일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 '통일교 타운'에서 열린 통일교 창립자 문선명(1920~2012) 총재의 1주기 추모행사는 문 총재 부인 한학자(70) 총재 체제가 확고하게 정착됐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이날 오전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거행된 추모식은 한학자 총재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문 총재의 생애와 업적을 보여주는 영상은 한 총재를 '참아버님의 대신자(代身者·통일교에서 상속자를 가리키는 용어) 참어머님'으로 부르며 "문 총재께서 (거처였던) 천정궁(天正宮)을 한 총재와 함께 돌아보시며 지상의 과업을 맡기셨다"고 강조했다. '천상(天上)에 계신 참아버님, 지상(地上)에 계신 참어머님'이라며 한 총재를 문 총재와 동렬에 놓는 듯한 발언도 거듭됐다.

천정궁에 마련된 '문선명 총재 유품전'도 한학자 총재에게 상당한 비중을 두었다. 1960년 문 총재와 한 총재가 결혼할 당시 입었던 의관(衣冠)과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옛 사진들이 전시됐고, 두 사람이 만년에 다정하게 찍은 사진 패널들이 전시장의 한쪽 벽을 차지했다. 문 총재 1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한 통일교 신자들은 단체로 유품전을 관람하고 있다.

한학자 총재가 최근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700여권에 이르는 문선명 총재의 연설 자료를 정리해서 '천일국(天一國) 경전'으로 편찬하는 일이다. 지난 6월 '천성경(天聖經)'과 '평화경(平和經)'이 간행됐고, '참부모경'은 간행 준비 중이다. 일부 통일교 신자들은 문 총재가 생전에 직접 간행했던 천성경을 편집을 달리하여 다시 간행한 것을 한 총재 체제 확립과 관련지어 해석하고 있다.

현재 통일교의 지도 체제와 관련, 가장 큰 관심사는 지난 3월 전격 해임된 4남 문국진(43) 전 통일그룹 회장과 1월 통일교 한국총회장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돌아간 7남 문형진(34) 통일교 세계회장이 복귀할 것인지, 복귀한다면 언제쯤일지다. 문국진씨는 2005년 통일그룹 회장에 취임했고, 문형진씨는 2008년 통일교 세계회장이 되면서 각각 통일교의 기업과 종교 부문 후계자로 공인됐다. 이후 문선명 총재는 각종 행사에 두 아들을 대동했고, 지난해 문 총재 장례식도 이들이 주재했다.

한학자 총재는 올해 초 통일교 신년하례회에서 "2세는 아직 시간을 두고 더 길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고, 양창식 통일교 한국총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아들들은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일보 회장과 선문대 이사인 문국진씨는 미국에서 자신이 소유한 총기회사 경영에 전념하고 있고, 문형진씨는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통일교의 한 관계자는 "국진·형진씨의 후퇴는 교단 운영 전략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라도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총재 1주기 추모식에 이들이 모두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복귀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