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가 4학년 생도의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도 숨기기에 급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생도 간 성폭행, 외국에서의 음주·마사지 업소 출입 등 연이은 기강해이가 발생하고 있지만 보안 유지에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군 관계자는 "육군사관학교는 4학년 A생도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갖고 휴대전화를 훔친 혐의로 구속되자 24일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언론에 사실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육사는 24일까지만 해도 군내부 담당수사기관 외에는 어떤 기관도 알지 못하도록 보안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도가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첫 사례인데다 앞서 벌어진 기강해이 사건들에 이어 또다시 발생한 것이어서 '언론에 보도될 경우 어떤 결론이 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A생도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갖은 날짜는 지난 13일이고,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22일이다. A생도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17세 가량의 미성년 여성과 금품을 대가로 성매매를 했지만, A생도가 금품을 주지않자 앙심을 품은 미성년 여성이 이 사실을 군 관계부처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사는 지난 5월 생도간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사건 1주일 후 언론에 알려지고 나서야 "조사가 끝나면 발표하려고 했다"고 둘러댔다. 당시 육사는 생도 간 성폭행이라는 초유의 사건으로 육사교장(중장)이 전역조치됐고, 육사 교장을 위원장으로 한 '육사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관생도 인성교육과 교수 및 훈육요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불과 세 달도 지나지 않은 이달 초 태국의 6·25전쟁 참전용사촌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던 육사 생도 3학년 가운데 9명이 숙소를 무단 이탈해 주점과 마사지 업소를 출입했다가 적발됐다. 육사는 이 사건도 언론에 보도된 후에야 공식 입장을 내놨다.

육군사관생도 3학년 173명은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태국 깐자나부리와 방콕을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정전 6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 참전국 봉사활동을 하기 위한 '2013년도 태국 전사연구·봉사활동'의 일환이었다. 방문기간은 7박8일 일정이었지만 봉사활동기간은 6~8일까지 3일이었다.

육사생도들은 봉사활동 기간에 태국 수도 방콕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한국전 참전 용사촌 람인트라 지역을 방문하고 집수리와 식목활동을 했다. 나머지 일정은 태국 육군사관학교 방문, 파타야와 방콕 관광일정으로 구성됐다.

봉사활동을 마친 육사생도 9명은 지난 9일 유명 관광지인 파타야의 한 호텔에 짐을 풀고 4명, 5명씩 짝지어 숙소를 빠져나갔다. 당시 4명은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됐고, 5명은 마사지업소에 출입했다가 육사훈육요원에게 각각 적발됐다.

육사는 이들이 지시를 어기고 숙소를 무단이탈한 것으로 보고 공무출장 중 지시 불이행 혐의로 자체 조사를 거쳐 26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최종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생도 9명이 징계위에 회부된 것은 육사 개교이래 최대 수치다.

이런 와중에 4학년 생도의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까지 발생, 군 안팎에선 육사 차원에서도 특별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