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34세)씨는 오랫동안 운동을 해 왔고 드디어는 마라톤에 도전하기 위해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금세 난관에 봉착했다. 달리기를 오래하면 할수록 다리와 고관절에 무리가 왔고 급기야는 부상을 입게됐다. 뿐만 아니라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완주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채 절반도 달리기 전에 지치고 말았던 것이다.

김씨처럼 운동에 자신있고 달리기를 좋하는 사람들 중에 최근 마라톤이나 하프 마라톤, 철인 3종 경기처럼 체력의 극한을 시험하는 대회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취미와 건강한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단순한 운동이 아닌 삶의 활력이 되는 여가 활동으로 달리기와 익스트림 스포츠를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잘못 된 방법으로 훈련을 해서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발 뒤꿈치부터 땅을 밟고 달리는 '리어풋 러닝(Rear-Foot running)'은 오래 달릴수록 발목과 종아리, 무릎관절 등 다리 전체에 무리를 주어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런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미드풋 러닝(Mid-Foot running)'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프로 러너들은 미드풋 러닝을 이미 알고 있었다?

미드풋 러닝은 이름과 달리 발 가운데가 아닌 발 전체로 달리는 방법이다. 단지 무게 중심을 발 가운데 두는 게 이 주법의 핵심이기 때문에 미드풋 러닝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리어풋 러닝이 발 뒤꿈치부터 땅을 디디는 것이라면 미드풋 러닝은 발 앞과 뒤가 동시에 땅에 닿게해서 충격을 최대한 고르게 분산 시키는 게 포인트다.

아직 생소한 이 주법을 20년 경력의 마라토너이자 한국 철인 3종 챔피언인 함연식(35) 선수로부터 직접 배워봤다. 그 역시 이 주법을 배우기 전에는 리어풋 러닝을 사용했다. 하지만 몇 년 전 참가한 국제 대회에서 챔피언이 된 외국 선수가 이 주법을 구사하는 것을 보고 그 효과를 직접 확인하고 연구 끝에 몸에 익히게 됐다.

30대 중반인 함 선수는 "미드풋 러닝으로 달리게 된 후에는 20대보다 오히려 경기력이 향상됐고, 특히 부상을 입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치러진 괌 국제마라톤 대회에서는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 주법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2004년 일본의 마라토너 노구치  미즈키가 아테네 올림픽을 제대했을 당시에 사용한 주법이 바로 미드풋 러닝이었다. 그때부터 이 주법의 효용성은 선수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었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주법을 외부로 알리고 싶지 않은 선수들이 공개하지 않아왔던 것이다.

"몸을 보호하고 오랫동안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핵심"

함 선수가 설명한 미드풋 러닝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부상 방지, 하나는 가진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해 주는 것이다. 그는 "체력을 강화해서 달리는 것보다 몸을 100% 컨트롤 해서 달리는 방법이 몸을 보호하고 즐기면서 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드풋 러닝은 허벅지(대퇴근)를 빠르게 앞으로 끌어당겨 발 전체로 땅을 디디는 주법이다. 이렇게 하면 발 뒤꿈치가 아닌 앞굼치가 먼저 땅을 향하게 된다.
리어풋 러닝은 발 뒤꿈치부터 땋에 닿게 되고 다리 전체가 일자로 펴져서 충격을 많이 받는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발 뒤꿈치가 아닌 중간발(앞굼치와 뒤꿈치를 동시에)로 착지하면서 충격을 분산하고 무릎을 굽혀서 무릎 각도에 의한 충격완화를 꽤한다. 또한, 스프링처럼 무릎각도를 이용해 탄력을 만들고 그 탄력을 끊임없이 유지해 최적의 에너지로 더 오래, 더 쉽게 달릴 수 있도록 한다.

함 선수가 직접 시범을 통해 리어풋과 미드풋 러닝의 차이를 보여줬다. 달릴때의 모양을 보면 둘 사이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리어풋 러닝은 발 뒤꿈치가 땅에 닿는 순간 무릎부터 발목까지 쭉 일자가 된다. 당연히 충격이 발목과 종아리 근육, 무릎 연골에 고스란히 남는다. 달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온 몸에 부담을 주게 되고 부상의 위험이 커진다. 또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발 앞꿈치로 땅을 박차고 나가면서 엉덩이 쪽으로 종아리를 끌어 올리게 되니 힘이 앞이 아닌 뒤로 분산된다.

반면 미드풋 러닝은 발 전체로 땅을 밝아야 하기 때문에 땅을 밝기 직전에 발 뒤꿈치가 아닌 앞꿈치가 땅을 향하게 된다. 디딜때는 중간발 착지(앞꿈치와 뒤꿈치로 동시에 착지)를 유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무릎 각도를 굽힐 수 있다. 발구루기는 앞으로 나가려는 탄력만을 이용하고 그 탄력을 이용해 대퇴부, 즉 허벅지를 앞으로 빠르게 들어올려 전진한다. 당연히 리어풋 러닝에 비하면 종아리가 뒤로 거의 접히지 않는다.

근육의 힘을 이용해 강력하고 빠른 발구르기를 해야하는 단거리와 달리 장거리 달리기는 어떻게 하면 힘을 덜 들이고 오랫동안 달리는지가 목표다. 미드풋 러닝은 바로 이때 빛을 발한다. 몸에 가해지는 충격이 줄어들고 체력을 보존하게 되면 자연스래 발란스가 좋아지고 쓸데없는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게 된다. 힘보다는 발란스, 체력보다는 탄력을 이용하는 주법이다.

함 선수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부상을 많이 입는 부위가 종아리"라면서 "미드풋 러닝을 구사하면 부상에서 확실히 벗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신개념 설계 도입한 미드풋 러닝 전용화 출시, 그 성능은…

달리기를 여가활동으로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몸풀기에서 자세, 체력훈련까지 자세하게 훈련을 돕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푸마(PUMA)는 9월 28일 개최하는 나이트런(Night Run) 대회를 앞두고 전문적으로 달리기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푸마 나이트 트레이닝 데이'를 진행 중이다.

지난 19일 '푸마 나이트 트레이닝 데이'에 참여한 러너들이 코치의 지도에 맞춰 몸을 풀고 있다.

이날 훈련은 현역 프로 선수들이 코치로 나서 조별로 미드풋 러닝을 제대로 구사하기 위한 훈련법과 자세 등을 가르쳤다. 늦은 시간인데도 훈련을 진행한 잠실 경기장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제대로 달리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뜨겁게 달라오르는 달리기 열풍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었다.

훈련은 주로 대퇴근과 복근을 자극하고 바른 달리기 자세를 만드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중 평소 접하기 힘든 달리기를 위한 팔운동과 발란스 운동은 많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낯선 동작과 써보지 않는 근육의 자극은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렇지만 대부분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어서 모두 끝까지 즐겁게 임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훈련에 참석한 사람들에게는 푸마의 새로운 미드풋 러닝화를 체험할 기회가 주어졌다. 푸마 '모비움 엘리트 글로우(Mobium Elite Glow)'는 미드풋 러닝에 특화된 2013 FW 신제품이다. 외관은 크게 특별할게 없지만 신발 밑창에 8자 형태 고탄성 밴드가 장착되어 발 움직임에 따라 탄력을 극대화한다.

푸마 '모비움 엘리트 글로우'는 8자 밴드를 밑창에 채용해 탄성에 의해 힘을 거의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발구르기가 되도록 했다.

직접 신고 달려보니 그 느낌이 기존 러닝화와는 전혀 달랐다. 보통의 러닝화는 리어풋 러닝에 맞게 쿠셔닝이 발 뒤꿈치에 집중되어있고 최대한 유연하게 만들어졌다. 모비움 엘리트는 앞쪽과 중간 부분이 두툼하고 뒤꿈치는 상대적으로 날렵한 편이다.

이는 바닥에 발 전체가 닿는 미드풋 러닝에 적합한 설계다. 달리건 걷건 밑창에 8자 밴드의 탄성에 의해 힘을 거의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발 구르기가 되면서 빠르게 뒤꿈치가 들린다. 발로 밀고 나가는 리어풋과 달리 허벅지를 들어올리는 힘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미드풋에 특화된 설계다. 

두 시간 가량 이어진 훈련은 미드풋 달리기 연습까지 포함되어 상당한 운동량이었다. 평소 저질 체력으로 유명한 기자지만 이날은 이상하리 만큼 힘이 들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힘을 빼고 탄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미드룻 러닝은 생각 이상의 효과가 있는 듯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직 고조된 기분을 식히지 못해 마침 폭염이 잦아든 한강시민공원을 찾아 한 시간 가량 더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