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정동에서 만난 이수완은“올해 목표는‘재연배우’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이라고 했다.

늘 무명이었다. 배우지만 항상 ‘재연(再演)’이란 수식어가 앞섰다.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의 간판 배우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별명이'서프라이즈 걔'였다. “인생 새롭게 시작하려고 이름도 바꿨습니다.” 배우 이수완(37) 이야기다.

그는 2002년부터 이 프로에서 재연배우로 활동했다. 황당한 사연을 10분 내외의 단막극 형식으로 연기하는 게 역할이었다. 아내의 쌍둥이 동생을 아내로 알고 사는 남편 역을 시작으로, 11년간 매주 일요일 오전 전파를 탔다. "재방송이 많이 돼서 그런지 다들 제가 그만 둔 줄도 모르던데요."

그의 옛 이름은 이중성(李重�)이지만, 종종 이중성(二重性)으로 해석되곤 했다. 지난 3월 '서프라이즈'에서 하차하면서 이름을 바꿨다. 새 이름은 '수완(琇琓)', '옥구슬'이다. "예쁘기도 하지만, 단단하잖아요." 그는 말했다. "10년 넘게 한 프로에서 연기했으니, 이제 변화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늘 같은 밥만 먹을 순 없잖아요."

그의 원래 꿈은 노래하고 춤추는 거였다. 1994년 대학 신입생 때 본'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때문이었다. 1998년 군제대 후 대학 편입을 준비하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오디션에도 합격했다. 하지만 노래를 잘 못해 주로 무대 뒤편에서 춤을 췄다. 영화·드라마 오디션을 보러 다니다 '서프라이즈'와 만났다. "촬영 현장에서 재연배우들 호칭은 '아저씨' '아줌마'였어요. 정식 배우로 대접해 주지 않는 거죠."

재연배우로 활동하면서 그는 KBS '그 여자의 선택'과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등 드라마에도 얼굴을 내민 적이 있지만 존재감은 적었다. 하지만 '밴디트' '방황하는 별들' 등 뮤지컬에서 꾸준히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지난 6월부터는 대학로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에서 남자 주인공 '현우' 역을 맡고 있다. 당초 오는 31일까지 기획됐던 공연은 흥행에 힘입어 연말까지 연장 공연이 결정됐다.

노래와 영화에도 도전했다. 지금까지 발라드, 힙합, 트로트를 아우르며 7장의 앨범을 냈고, 지난 3월에는 생애 첫 영화 ‘고양이 소녀(가제)’도 찍었다. 그는 “인생 2단계가 시작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