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연(緣)이 없는 사람에게 제주 토종 밴드 '사우스카니발'의 1집 앨범을 듣기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제주 바닷바람을 입은 흥겨운 스카 리듬이 달콤하게 귀를 잡아끌지만, 쩌렁쩌렁한 강경환(33)의 제주 사투리 보컬은 '해석 불가' 수준이다.
앨범은 첫 곡 '몬딱도르라(혹은 몬딱도르라·모두 함께 달리자는 뜻)'에서 "두렁청이 어드레 가젠 햄시냐(급하게 어딜 가려고 하는 거야)"라며 포문을 연다. 트랙과 트랙 사이엔 오름이 솟고 올레가 닦여 있는 느낌이다. 올 상반기 EBS 헬로루키(6월)와 콘텐츠진흥원 K루키스에서 수상하고 '제주말 노래를 제주에서 녹음했다'는 이력이 겹쳐지며 주목받고 있다. 20일 제주 노형동 연습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비보이·한국무용수·펑크 기타리스트로 경력을 바꿔온 리더 강경환을 주축으로 그의 아내 이혜미(27·건반), 테너색소폰을 부는 이용문(24), 고경현(25·타악기), 고수진(21·베이스), 강태형(27·기타), 신유균(27·알토색소폰) 등이 합류하며 몸집을 불렸다. 군입대를 앞둔 김건후(25·트롬본)와 그의 빈자리를 메울 양윤석(24)이 있다. 드러머 석지완(30)이 유일한 비(非)제주인.
이 왁다글거리는 라인업이 2011년 여름 무렵 갖춰졌을 때 팀 이름은 '사회주의 밴드'였단다. "서울에 비해 문화적 혜택을 너무 못 받으니까 문화사회주의를 꿈꿨던 거죠. '사우스카니발'로 팀 이름을 바꾼 건 제주도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것, 있는 그대로 음악으로 버무려보자는 취지였죠."(강경환)
'현지 사람들만의 것'이란 가령 이런 것들이다. '와리지 말앙'이란 노래에서 이 말을 반복하며 '모두 함께 춤을 춰보자'고 흥을 돋우지만, 웃어른의 손을 덥석 잡고 이 노래를 부를 제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와리지 말앙'의 뜻이 '깝치지 마라(까불지 마라도 아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 사람이건 아니건 타악과 건반, 브라스가 서로 허리춤을 부여잡고 춤추듯 만들어내는 사운드에 얹힌 10곡을 듣다 보면 "음악에 사랑에 취해서 빙글빙글(�저�서예)" 할 것도 같고, "바당이 나꺼여('바다가 내 것'의 뜻)"라고 호기롭게 외칠 수 있을 것 같다. "제주도의 이미지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힐링'만이 아니라 더 다양하고 역동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멤버들은 말했다.
초등학교에서 표준말을 안 쓴다고 교사가 아이들을 호되게 꾸짖던 시절이 불과 20여년 전. 사라지는 제주말 보존이 시급해진 요즘 사우스카니발을 바라보는 지역 사회에는 애정 이상의 기대감이 넘친다. 제주에서 활동해 온 이들이 올 초 뭍으로 나가 K루키스나 헬로루키에서 전해온 승전보를 지역 언론이 앞다퉈 톱뉴스로 전하고, 음원 소식을 저녁 TV 뉴스가 보도할 정도였다. 제주어 살리기 공익광고 모델이 됐고, 뮤직비디오는 유치원 교재가 됐다.
23일 제주 미예랑 소극장에서, 9월 10일 서울 홍대 앞 '클럽 타'에서 쇼케이스를 갖는 멤버들의 바람은 단출하고 소박했다. "가족처럼 끈끈하게 연결돼 있거든요. 계속 그랬으면 좋겠어요."(강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