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수돗물과 정수기로 거른 물, 일반 시판 생수의 물맛 차이를 거의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와 TV조선이 한국상하수도협회에 의뢰해 지난 7일 서울광장에서 시민 831명을 대상으로 세 가지 물(수돗물, 정수기 물, 생수)에 대한 '물맛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시민이 가장 좋아하는 맛이라고 고른 물은 생수 293명(35.3%), 정수기로 거른 물 270명(32.5%), 수돗물 268명(32.2%) 등으로 나왔다. 사실상 세 종류를 거의 똑같은 정도로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수돗물은 강서수도사업소 음수대에서 가져왔고, 생수는 국내 생수인 삼다수를, 정수기는 한일월드 제품(중공사막식)을 썼다.
조사는 각각 어떤 물인지 알 수 없게 똑같이 투명한 물병에 담은 뒤 작은 종이컵에 조금씩 부어 두고, 시민들이 맛본 뒤 가장 선호하는 물을 고르는 식으로 진행했다.
이날 조사에서 자기가 고른 물이 수돗물이란 것을 나중에 안 시민들은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김현숙(42)씨는 "이 물(수돗물)이 냄새가 가장 적은 것 같았는데 수돗물이라니 놀랍다"고 했고, 홍순재(70)씨는 "30년간 생수만 사 먹었는데, 집 상수도관만 깨끗하다면 앞으로 그냥 수돗물을 먹어도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물(수돗물)에서는 약간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수돗물에서) 약품 냄새가 느껴졌다" 등과 같은 반응도 있었다.
이날 물맛 블라인드 테스트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어떤 물을 주로 마시느냐'는 질문에 대해 시민들은 정수기로 거른 물(323명, 39%)을 가장 많이 마신다고 답했다. 이어 생수(262명, 32%), 수돗물(233명, 28%) 순이었다. 수돗물은 끓여 마시는 경우도 포함한 것이다.
마시는 물을 선택할 때 시민들은 건강(348명, 42%) 측면을 가장 많이 고려한다고 했고, 맛(298명, 36%)이나 냄새(102명, 12%)도 중요한 요소였다. 마실 물을 고를 때 가격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6%(53명) 있었다. 결국 시민들은 건강이나 맛 등을 이유로 수돗물보다는 생수나 정수기 물을 찾는다는 얘기다.
시민이 수돗물을 외면하는 이유로 '막연한 불안감'이 큰 몫을 차지했다. 평소에 수돗물을 꺼리는 이유로 시민 184명(22%)은 '물탱크나 낡은 수도관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라고 했고, 163명(20%)은 '냄새가 나고 물맛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뒤를 이어 '상수원이 깨끗하지 않을 것 같아서'(137명, 17%) '막연히 불안해서'(109명, 13%)라고 답했다. "습관적으로 수돗물은 먹지 않는다"는 응답도 있었다.
한국상하수도협회 고동욱 사무총장은 "수돗물은 무조건 염소 냄새가 심하다든가 맛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은 선입견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