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라는 단어를 부정적 의미로 사용해 번역해 ‘일베 논란’에 휩싸였던 번역 소설 ‘내 인생 최악의 학교 2’의 출판사와 역자가 16일 공식 사과했다. 출판사와 역자는 해당 책을 모두 회수하고, 논란이 된 표현을 수정한 뒤 재발간키로 했다.

앞서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미국의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 제임스 패터슨의 소설을 번역한 ‘내 인생 최악의 학교(원제 Middle school, Get me out of here)2’에서 “비평회에서, 너 아주 그냥 민주화됐잖아(바보처럼 당했잖아). 그걸 개인적인 일로 생각하지마”라고 번역된 페이지의 캡처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민주화’라는 단어는 원래 의미와 달리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에서 “개성을 억압하다”, “획일화하다” 등의 뜻과 함께 민주화 운동이나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의미로까지 사용돼 논란이 된 표현이다.

지난 5월에는 걸그룹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이 라디오방송에서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 시키지 않아요”라고 발언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고 수차례 사과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출간된 이 책의 출판사는 미래인이고 번역자는 서강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은 김상우씨다.

김씨는 “한방 먹었다” “바보처럼 당했다”라는 뜻의 원문 “You just got dinked”를 “민주화 됐잖아”로 번역했다.

김씨와 미래인은 이날 미래인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사과문에서 “‘민주화’를 ‘바보같이 당하다’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해 민주화와 민주주의의 참뜻을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그리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모든 분께 큰 누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주인공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말로써, 주인공이 전학 간 학교의 아이들이 ‘당했다’란 뜻으로 사용하는 그들만의 은어나 암호를 표현하는 말을 찾는 과정에서, 당시 일부 청소년이 잘못 사용하고 있던 표현을 아무 생각 없이 갖다 쓴 역자의 부족함의 소치”라며 “역자로서 독자에게 전달할 표현과 용어에만 매달렸지 그 표현과 용어 이면에 있는 역사적 의미를 미처 헤아리지 못한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깊은 고통과 괴로움을 느끼면서 이번 물의에 대해 역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며 “우선 출판사와 의논 끝에 서점에 배포된 ‘내 인생 최악의 학교2’를 회수하고 문제가 된 표현은 수정해 새로 발간하기로 했고, 반품을 원하시는 분은 출판사에서 새로 발간된 도서로 교환해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도 “의미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많은 분의 마음을 아프게 하여 죄송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