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 기자회견하는 맷 데이먼과 샬토 코플리

29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SF블록버스터 ‘엘리시움’(감독 닐 블롬캠프)의 주인공 맷 데이먼(43)과 함께 14일 첫 방한한 샬토 코플리(40)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리메이크 버전에 출연하는 소감을 밝혔다.

‘말콤X’로 유명한 흑인감독 스파이크 리의 연출로 리메이크된 이 영화는 11월 미국에서 개봉하며 유럽, 남미 등 각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닐 블롬캠프(34)와 마찬가지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샬토 코플리는 유지태가 맡은 역할인 애드리언 프라이스로 나왔다.

그는 “한국은 남아공처럼 할리우드 밖에서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영화를 만들고 있다. 오리지널 한국영화 ‘올드보이’도 무척 좋아한다.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온 색다른 것을 보고싶어 한다는 것을 할리우드가 깨닫기 시작한 것은 좋은 일이다. ‘강남스타일’도 그런 이유로 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판 ‘올드보이’가 워낙 잘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능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다른 버전으로 개선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독창적인 모습으로 만들어내려 하기에 유지태가 했던 악역과 비슷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남아공 친구들이 ‘강남스타일’의 나라 한국에 간다니 부러워했다”며 “호텔 창밖으로 본 도시풍경이 아름다웠다. 이렇게 환대해준 곳은 처음인 것 같다”고 인사했다.

블롬캠프 감독의 장편 데뷔작 ‘디스트릭트9’에서 주연을 맡으며 유명해진 코플리는 ‘엘리시움’에서는 빈민촌 지구에서 부촌인 우주정거장 엘리시움으로 가려는 맥스(맷 데이먼)를 막으려는 용병 크루거 역으로 악랄함을 보여준다. 극중에서는 독특한 남아공 영어발음을 구사하기도 한다.

“닐 블롬캠프 감독과는 열다섯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고, 연기를 하기 전에는 프로듀싱을 하며 그와 여러 프로젝트를 같이 했다. 같은 나라에서 자랐기 때문에 빈부격차, 선진국과 제3세계 격차에 대해서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특수효과, 편집, 음악 스타일 등 영화 취향이 비슷해 같이 일하기가 굉장히 편하다”고 소개했다. “남아공 액선트를 사용한 것은 색다른 악역을 만들어보고 싶어서였다”며 “남아공 출신 악당을 만드는 것에 거부감이 있기도 했지만, 남아공 백인에 대한 편견을 이용해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액선트를 활용했다”고 털어놓았다.

크루거 역에 대해서는 “많은 배우들이 주인공보다 악당 역이 재밌다고 하는데, 타고난 성격과 달라 무척 힘들었다”며 “지속적으로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됐던 경험과 다크한 유머감각을 발휘해 새로운 악당을 만들어 내려고 했다. 심각한 악당이 되려고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닐 블롬캠프 감독과 오래 일해왔는데, 그가 풍자를 굉장히 좋아해 풍자적 요소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영화가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흥미로운 이슈를 담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의료개혁, 국경개방 문제 등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는데 훌륭한 풍자 작품이라면 관객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닐 블롬캠프는 쓰레기장에서 이상한 음식을 주워먹는 것을 시키려하는 등 계속 장난을 치는데, 이번에는 ‘네 얼굴을 날려버리고 싶은데’라면서 희한하게 즐거워하더라”면서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사이고 이번에도 즐겁게 촬영했다”며 감독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