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거위의 털’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 수석은 세제 개편안 발표 다음날인 지난 9일 “분명히 증세가 아니다”고 증세 논란을 반박하면서 프랑스 루이 14세 당시 재무장관이던 장 바티스트 콜베르의 말을 인용하며 “마치 거위에게서 고통 없이 털을 뽑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한 게 이번 세법 개정안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은 거위 털을 뽑는다는 조 수석의 말에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국민이 거위인가. 청와대는 털 뽑힌 거위들의 심정을 아는가”라며 “청와대와 조 수석은 혹시 지금이 절대왕정 시절 중상주의가 판을 치는 때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국민세금을 놓고 이런 무감각ㆍ무책임한 말을 늘어놓는 경제수석을 당장 해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조 수석은 루이 14세의 재상이었던 콜베르의 말을 인용했는데 콜베르의 원문은 읽어보면 좀 끔찍하다. ‘거위의 깃털을 최소의 소리를 내면서 최대로 뜯어내는 것이 세금의 예술이다’라는 것”이라며 “만일 조 수석이 콜베르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면 서민이 세금 뜯기는 것에 고통을 느끼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도 충분히 고통스럽고 이번 세제개편안도 분노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군주정 시대의 절대군주였던 태양왕 루이14세 때 들먹이던 논리를 21세기 민주정 대한민국 청와대가 가지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뿐”이라며 “지금 박 대통령이 이 나라의 여왕이고 국민은 박 대통령에게 깃털 뽑혀도 찍소리 못하는 거위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과 수퍼부자의 솜털도 건들지 못하면서 서민들의 깃털을 뽑아 그 비명을 듣고도 아무런 고통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청와대의 논리가 해괴하기 그지없다”며 “털 뽑히는 거위의 비명은 관심 없는 포악한 정치에 그저 분노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에서도 조 수석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득 3450만원이 통계상으로는 중산층이라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주거비·교육비 등 때문에 서민으로 느끼고 있는데 이 같은 ‘체감 서민’에게 적지 않는 세금을 매기니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며 “‘거위의 털’을 뽑는다고 하다가 ‘거위의 꿈’에 상처를 주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세금이 늘어난 것이 증세이지 무엇이 증세가 아닌가. 세목·세율을 손대지 않았으니 증세가 아니라는 말장난을 하니 국민이 더 열 받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친박계인 유기준 최고위원도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중산층 근로소득자 대부분은 선거 때 마다 정치적 목소리를 분명히 내는 계층으로, ‘증세는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기억하고 있다”며 “청와대 관계자가 그 분들에게 ‘봉급생활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여건이 낫지 않는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해명을 시도했지만 의도와 달리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민심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많은 수의 거위의 털을 뽑는 것보다 적은 수의 낙타에서 얻는 털이 오히려 양이 많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