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 재일(在日) 정치학자 강상중(姜尙中·63) 교수가 일본 세이가쿠인(聖學院)대학 학장(한국의 총장)에 선임됐다.
세이가쿠인대학은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강상중 교수를 차기 학장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세이가쿠인대학은 사이타마(埼玉)현 아게오(上尾)시에 있는 기독교계 사립 종합대학이다. 강 교수는 지난 4월 도쿄대에서 세이가쿠인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특정 학과에 속하지 않은 전학교수(全學敎授)로 재직해 왔다.
강 교수는 아쿠도 미쓰하루(阿久戶光晴·62) 현 학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 취임한다. 임기는 5년. 한국 국적 재일 교포가 일본 종합대학 학장에 선임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지난해 5월에는 재일 교포 한의사인 정종철(64)씨가 사이타마현에 있는 단과대학인 일본약과대학 학장에 취임했다.
강 교수는 1950년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서 출생한 재일 한국인 2세로 1996년 한국 국적 재일 교포로는 처음으로 도쿄대 교수가 됐다. 와세다(早稻田)대학 재학 시절인 1972년 한국을 방문한 후 그때까지 쓰던 일본 이름을 버리고 본명 '강상중'을 썼다. 일본 근대와 식민지 지배 관련 연구를 비롯해 한·일 관계와 재일 한국인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술·강연 활동을 해왔다. 리버럴 성향 학자로 TV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는 '스타 지식인'이다. 최근에는 강 교수가 현무암 홋카이도대 교수와 공동 저술한 책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에서 소개한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뜻)'라는 표현이 한국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 교수는 내달 3일 세이가쿠인대학에서 '고민하는 힘, 배우는 힘' 등을 주제로 2회에 걸쳐 특별 강연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