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그룹 최원석 전 회장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그의 삶은 고단했다. 어린 나이에 그룹의 몰락을 경험했고, 부모의 이혼을 겪었으며, 뒤이어 터진 아버지의 스캔들로 곤욕스러운 시간을 겪었다. 지난 7월 7일 물놀이 중 세상을 떠난 최 모 씨, 그의 삶은 마지막까지 드라마틱했다.
동아그룹 최원석 전 회장의 차남 최 모 씨가 물놀이 중 사망했다. 별장에서 처가 식구들과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내던 중이었다. 수영을 하기 위해 가평군 미사리 홍천강에 뛰어들던 그는 갑작스럽게 정신을 잃었다. 급히 119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되어 곧바로 구리한양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건 발생 4시간 만에 숨졌다.
목격자인 장인은 "최 씨가 수영하러 들어간 뒤 곧바로 허우적거려 일행이 들어가 구조했다"며 "일행이 물에 들어가려는데 전기가 흐른다는 것을 알고 차단기를 내리고 들어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사고 현장인 홍천강 선착장에는 가족별장 보트 운행에 사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전기케이블이 파손되어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사고의 원인이 고압전류에 의한 감전사라고 보고 정확한 경위조사에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한 경찰 관계자는 "별장에서 가정용 전기를 끌어다가 상하차 기계를 사용했는데 누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압전류가 흘렀다는 보도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가족들의 충격은 말도 못 한다. 최원석 회장은 아들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아 응급실에 실려 갔으며, 사고 현장에 있었던 최 씨의 남매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모 배인숙이 전하는 조카의 불운
사고 후 어머니 배인순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현재 누구와도 연락할 상황은 아닌 듯했다. 대신 배인순의 동생이자 자매 듀오 펄시스터즈로 활동했던 배인숙을 통해 사정을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두경아 기자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나요?" (기자와 배인숙은 3년 전 화보와 인터뷰를 통해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최근 조카의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어요.
"어휴, 계속 슬픔에 빠져 두문불출했어요. 오늘에서야(사건이 일어난 지 2주 후) 겨우 외출했어요.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겼을까 생각하면 기가 막힐 뿐이죠. 사고 소식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장례식에는 다녀왔나요?
"당연하죠. 3일 내내 (빈소와 집을) 왔다 갔다 했는걸요. 발인 날에는 장지까지 따라갔다 왔고요."
-언니(배인순)가 많이 힘들어했겠어요.
"어휴, 말하면 뭐하겠어요. 자식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많이 울었겠어요.) 울다 뿐인가요.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잖아요."
-조카가 물놀이 중 감전사를 당했는데, 어쩌다가 그렇게 됐나요?
"그건 현장에 있던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아닐까요. 현재 과학수사대가 조사 중이라니까 발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카가 수영을 잘한다고 알려졌던데.
"언니(배인순)가 수영선수 출신이잖아요. 아들 셋을 거의 선수처럼 수영을 가르쳤어요. 수영을 못 해서 사고를 당한 건 아닐 거예요.
함께 간 식구들은 무사했나봐요. 잘못된 사람은 너무 안타깝지만, 조카 때문에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해요. 함께 간 가족(최 모 씨 부부와 처가 식구들) 중 조카가 먼저 물에 들어갔대요. 만약 그 전에 아이들이 들어갔거나 다른 가족들과 여럿이 물에 들어갔더라면 대형 참사가 날 뻔했다고 해요. 아마 수영 잘하는 조카가 아이들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려고 먼저 들어간 것 같다고 해요. 장마철에 놀러간 것부터가… 좀 잘못된 것 같기도 하고."
-평소 조카와 왕래가 좀 있었나요?
"언니 아이들은 제 자식이나 다름이 없어요. 제가 결혼 전에 본 조카라 더 애틋하죠. 제가 결혼해서 미국에 살 때도 언니 아이들이 찾아와 우리 아이들과 어울려 놀았어요. 캠프에 함께 가기도 했고요. 그럴 때면 제가 여름 내내 밥을 해먹이기도 했어요. 장례식 때 미국에 있던 우리 아이들이 들어와 조문을 하고 갔습니다. (조카가) 커서는 서로 바빠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항상 애틋한 마음이 있었어요."
-왜 그렇게 애틋하던가요.
"그 애가 대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해서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성격상 티를 많이 내지는 않았지만 상처를 많이 받았을 거예요. 이야기를 깊게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항상 잔잔하면서도 겸손하고 굉장히 침착한 아이였어요. 지적할 게 없는 아이였죠."
누구보다 엄마를 이해해주는 기특한 아들
최 모 씨는 최원석 전 회장과 둘째 부인인 가수 배인순 씨 사이에 태어난 세 아들 중 둘째 아들이다. 국내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시카고 한미TV에서 기자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결혼해 남매를 두었고, 2011년부터 학교법인 공산학원 이사를 맡아 최 전 회장과 함께 경기 안성시 소재 동아방송예술대학을 경영해왔다.
배인순은 평소 둘째 아들을 각별히 아꼈다고 알려져 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둘째 아들은 보수적이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어머니의 방송활동을 이해해주는 기특한 아들이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배인순에게 둘째 아들은 세 아들 중 가장 미안한 손가락이었을 법하다. 큰아들은 결혼해 미국에 있었고, 언어장애를 가진 막내아들은 이혼 후에도 직접 돌봤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와 살았다.
배인순은 결혼 후 "아이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고도 말했다. "이혼 후 방송에서 결혼생활에 대해 털어놓자, 전 남편이 두 아들의 용돈을 끊는 등 아이들에게 너무 섭섭하게 했다"고 전했다. 이것이 배인순이 자전적 소설 <30년만에 부르는 커피한잔>을 세상에 내놓게 된 직접적인 계기였다.
그러나 아이들을 아프게 한 것은 바로 그 책이었다. 이 책은 당시 재벌 회장의 충격적인 사생활을 담은 자전소설이라는 점에서 수많은 논란과 화제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세 아들과 점차 멀어졌고, 장남의 결혼식조차 갈 수 없게 됐다. 배인순은 이후 방송에 출연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책을 썼던 것이다"며 "애들을 보고 싶은데 못 보니까 증오가 컸고, 주변에서 부추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최 씨는 지난해 아버지와 함께 국세청으로부터 체납처분 면탈방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