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A대학 경영학과 2학년에 다니는 김모(21)씨는 지난 4월 수업이 끝나면 일주일에 세 번씩 서울 신촌의 한 대학으로 향했다. 이 대학 자연과학대 학생에게 중간고사 대비 수학 과외를 받기 위해서였다.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과외 수업을 받았다.

대학생인 김씨가 대학생 과외를 받게 된 건 전공 필수과목인 '재무관리' 강의를 듣다가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미분·적분'이 어려워서 학원까지 다니면서 배웠지만, 대학 들어와 다시 듣는데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쪽지시험에서 끝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악의 성적을 받은 후 김씨는 "이대로 가면 F 학점을 면치 못하겠다"고 생각하고, 구인 사이트에 '기본적인 미분·적분을 가르쳐 줄 대학생을 구한다'는 글을 올려 대학생 과외 교사를 구했다. 과외비는 50만원. 과외 비용은 부모님이 부담했다. 김씨는 "대학 가면 혼자 공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어려운 과목에 부딪히니 못 하겠더라"며 "부모님께서 한심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지만, 과외 받고 기말고사에서 A 학점을 받았으니 만족한다"고 말했다.

학점 관리를 위해 개인 과외를 받는 대학생이 생겨나고 있다. 토익·토플 등 취업이나 졸업에 필요한 영어 시험을 준비하려고 외국어 학원에 다니는 것과는 별개로, 중·고등학생처럼 학교 성적을 잘 받으려고 개인 과외를 받는 것이다.

이처럼 과외 받는 대학생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과외 교사를 찾는다. 경제학·회계 등 상경 계열이나 물리·화학·열역학 등의 이공계 전공과목을 배우고 싶다는 학생이 많다. 실제로 '과외 코리아' '과외 천국' '과외 구하기 프로젝트'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전공과목을 강의해줄 대학생을 구한다'는 글이 자주 뜬다. 29일 서울의 한 대학에서 운영하는 과외 교사 구인 홈페이지에도 '대학교 1학년 일반 화학을 가르쳐달라'는 글이 올라 있었다.

올해로 2년째 대학생 과외를 한다는 이모(23·서울대 자연과학 4학년)씨는 물리학·수학 등 기초과목뿐 아니라 전자기학 등과 같은 전공 수업 과외도 해준다. 과외 요청은 대부분 중간·기말고사 직전에 몰린다. 이씨는 "나 말고도 다른 대학생들한테 전공과목 과외를 해주는 학과 친구가 많은데, 통상 대학생 과외 교사는 시간당 5만원, 대학원생 과외 교사는 시간당 6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초·중·고등학생들처럼 '선행학습' 하겠다고 과외 받는 대학생도 있다. 서울의 B대학 공대에 재학 중인 임모(21)씨는 지난 학기에 전공기초 수업 '공업수학 1'을 들었는데 내용이 어려워 애를 먹었다. 시험 성적도 잘 받지 못했다. 이에 임씨는 공업수학 2·3·4는 선행학습을 하기로 마음먹고, 이번 여름방학에 대학원생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공업수학 2' 과외를 받고 있다. 임씨는 "과외 받으며 공부했던 중고등학교 때처럼 마음도 편하고, 성적도 잘 받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는 어릴 적부터 사교육에 길들여져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는 세대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대학에서 낯선 강의나 어려운 전공 서적을 마주했을 때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워 공부해야 하는데, 사교육에 익숙한 요즘 대학생들은 중고등학생 때처럼 '돈 내고 배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