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불륜 전문 배우 아니에요. 억울해요.” 대뜸 그녀가 말했다. 1대 이시은, 2대 민지영에 이어 매주 금요일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안방마님으로 군림하고 있는 탤런트 최영완(33)이었다.
그녀는 2009년 '사랑과 전쟁1'에 합류했다. "벌써 4년 됐네요. 시즌2는 이번 주 방영분이 80회인데, 저 25회나 나왔어요, 호호." 얄미운 며느리, 추녀(醜女) 아내, 오피스 와이프 등 별의별 역할을 맡았다. 시즌1에선 10회 정도 불륜녀로 출연했다. 월급쟁이 남편에게 바가지 긁다 능력 좋은 펀드매니저와 바람피우는 아내 역할 등이었다. "시즌2에선 외도(外道) 거의 안 했어요. 한두 번쯤 되려나? 불쌍한 이혼녀, 당돌한 며느리 같은 역도 많이 했는데 왜 다들 '불륜배우'라고만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고정관념 때문인지 남편이랑 같이 있어도 아줌마들이 수군댄단다. "저기 저 여자, 얼마 전에 남편 뺏고…. 그 못된 년 있잖아."
그는 아역배우 출신이다. 친구들끼리 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1990)'를 본 뒤 배우를 꿈꿨다. 열한 살 때부터 엑스트라를 했다. 일산에서 여의도까지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출퇴근하고, 촬영이 새벽에 끝나면 첫차 다닐 때까지 방송국 앞 공중전화 부스를 서성였다. "그때 고생한 덕에 지금도 틀면 (눈물이) 철철 나와요."
데뷔작은 KBS '신세대 보고―어른들은 몰라요(1995)'였지만, 뜬 건 KBS '학교1(1999)'에서였다. 술집에 나가고 낙태까지 한, 당시로선 파격적인 고등학생 '최영완' 역이었다. "원래는 단역이었는데 열심히 한다고 작가님이 저랑 똑같은 이름의 배역을 주셨어요. 반항아 역할이라 당시 청소년들한테 인기가 많았죠." 대학(단국대 연극영화과)도 들어가고, 소속사·매니저도 생겼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소속사를 네 번 옮기는 사이 공백은 길어졌다. '학교1' 출신 장혁, 최강희가 승승장구하는 걸 보며 우울증까지 앓았다. 정말 듣기 싫은 말은 "너 요새 왜 TV 안 나오냐?"였다.
유방암 투병 중이던 어머니는 묵묵히 새벽기도를 나갔다. 그걸 보며 그는 일어섰다. 2005년부터 연극을 했다. 세 편의 연극을 했고, 연출자였던 아홉 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2008년 결혼했다. "꿈에서 깨야 해요. 죽고 못 살아 결혼해도 늘 행복할 수만은 없죠. 오해 사지 않게 친구일지라도 남자 만날 땐 조심하고요."
촬영 땐 5일간 연일 밤샘이다. 울고 소리 지르는 연기 한 번 하면 진이 다 빠진다. 코디도 매니저도 없다. 그럼에도 그를 움직이게 하는 건 시청자들이다. 지난 12일 방영분 ‘두번째 첫사랑’ 이후엔 ‘가슴 찡했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다. 목표는 일일극이다. “작년에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무슨 역을 해도 무조건 제 편이셨는데 딸 얼굴이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안 나오니 그걸 속상해하셨어요. 일일극 해서 매일 엄마한테 제 얼굴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