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23일 오전 유명 드라마 PD 김종학 감독(62)이 23일 오전 10시 20분께 경기도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김종학 PD는 이틀 동안 이 고시텔에 머물렀고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다고 전해진다.

아직 자살의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드라마 '신의' 출연료 미지급 등의 논란에 따른 자금난 등 심리적 압박을 크게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인은 지난해 8~10월 SBS 드라마 '신의'를 연출하면서 출연료와 임금 등을 미지급한 일과 관련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지난 4월 피소됐고 최근엔 당국으로부터 출국 금지 조치까지 당했다.
'신의'는 드라마 방영 중반부터 배우들의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종영 후에도 배우와 스태프들의 임금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일부 관계자들은  제작사인 신의문화산업전문회사 대표를 고소하기도 했다.
이후 고인이 이 사태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고인은 중국에서 입국해 경찰조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고인은 '신의' OST 판권을 여러 곳에 팔아 대금을 챙긴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사기혐의로 추가 소송이 접수돼 있는 상황.

고인은 휘문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MBC에 PD로 입사해1981년 드라마계에 한 획을 그은 '수사반장'으로 데뷔했고 이 드라마를 통해 최불암 김상순 등을 스타덤에 올렸다.
 
또한 1988년에는 김홍신의 원작소설 '인간시장'을 브라운관에 옮겨 박상원이라는 새로운 스타를 배출했다.

MBC에서의 그의 대표작은 1991년부터 1992년까지 방송된 '여명의 눈동자'로 기록된다. 여기서 그는 송지나 작가와 호흡을 맞춰 그 유명한 '송지나 작가-김종학 PD'라는 흥행의 조합을 만들어낸다.

1995년 MBC를 퇴사하고 자신의 드라마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을 차린 그는 이른바 '귀가시계'라 불리며 50%에 가까운 전대미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후발주자 SBS를 단숨에 자리잡게 만든 '모래시계'를 송지나 작가와 함께 독립 첫작품으로 만들어낸다. 이 드라마를 통해 최민수는 '나 떨고 있니?'라는 유행어를 낳았고 박상원은 자신의 위치를 더욱 탄탄하게 다졌으며 이정재는 단숨에 새로운 스타탄생을 알렸다. 그리고 고현정의 결혼 전 마지막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3년 뒤 그는 역시 '모래시계'를 능가하는 대작 '백야 3.98'을 연출해 흥행의 귀재임을 입증한다. 당대 최고의 스타 PD는 그의 몫이었다.

이듬해 장동건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고스트'로 힘을 보여준 그는 2002년 송지나 작가와 다시 만나 장혁 한재석 이요원 손예진 등의 라이징스타를 대거 기용해 '대망'으로 연승행진을 이어간다.

그후 2007년 배용준을 캐스팅한 대작 '태왕사신기'로 한류열풍을 이어간 뒤 5년만인 지난 해 야심작 '신의'를 내놨으나 결국 이 작품에 발목이 잡히는 셈이 됐다. 그외 그의 김종학프로덕션이 제작한 드라마로는 '풀하우스' '해신'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이 있다. 
그는 2003년 PD연합회 대상 작품상, 2006년 경희언론문화인상, 2007년 MBC 연기대상 공로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0년 제 2회 서울문화예술대상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1997년에는 영화제작에도 손을 대 한햇동안 이영애 최민수 주연의 '인샬라'와 황신혜 주연의 '산부인과' 등 두 편을 제작했으나 영화에서는 별로 재미를 못봤다.

고인은 드라마에서 스케일이 크고 화려하며 힘있는 연출력을 자랑했다. 특히 그는 호흡이 긴 드라마에서도 강점을 보여 드라마계의 거장으로 통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유작이 된 '신의'는 그의 연출평생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 면에서도 그리 돋보이지 않았으며 어설픈 무술장면 등 그의 연출력의 힘이 많이 떨어진 점이 지적돼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