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고고학자들이 성경 속 주요 인물인 다윗 왕의 궁전 유적을 발굴했다고 주장해 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AP통신이 21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과 이스라엘 문화재청(IAA) 소속 고고학자들은 18일 "예루살렘 남서쪽 고대 요새 도시 키르베트 퀘이야파에서 7년간 작업 끝에 다윗 왕의 궁전으로 추정되는 옛터를 발굴했다"며 "궁전 유적 주변에서 고대도시의 성벽 일부와 왕실 저장창고, 일반 가구 10여채도 잇달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발굴팀은 이번 유적을 다윗 왕 시기 것으로 보는 근거로, 궁전 옛터가 다윗 왕 통치 시기였던 기원전 10세기쯤 건설됐다는 점과 다윗 왕의 백성인 유대인의 제례용품이 유적지 안에서 발견됐다는 점을 들었다. 유대인이 금기시하는 돼지고기 뼈가 유적지 안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도 주요 근거다.
히브리 대학 발굴팀의 선임 연구원 요시 가르핀켈은 "이번에 발굴한 유적은 다윗 왕이 지배했던 유대 왕국이 실존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 지역에 현대 건물을 지으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허핑턴포스트(HP)가 전했다.
일부 학자는 이번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탈 아비브 대학 고고학자 이스라엘 핀켈스타인은 "발견된 유적이 기원전 10세기에 만들어진 것은 맞지만, 팔레스타인이나 가나안 등 이 지역에 살던 다른 민족에 의해 건설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성경과 관련된 유적을 근거로 팔레스타인과의 영토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다고 AP가 전했다.
역사학자 사이에선 다윗 왕 실존 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성경에서 다윗 왕이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에 이스라엘 고고학자들 사이에선 그의 흔적을 찾으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HP가 전했다. 2008년 이스라엘 고고학자 에일라트 마자르가 예루살렘에서 다윗 왕의 궁전을 발굴했다고 발표했지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