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 방송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이름을 왜곡·비하한 것과 관련, 데버러 허스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이 조태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와 "한국 정부와 아시아나항공의 우려에 대해 사과한다(apologize)"고 말했다고 국토교통부가 15일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조 위원장이 지난 13일 새벽 NTSB에 항의 서한을 팩스로 보내고 10시간쯤 뒤에 허스만 위원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NTSB가 사고 조사 내용을 잇달아 공개하는 것에 조 위원장이 항의하면서 "좀 더 충실한 사고 조사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서한으로 요청했는데, 이에 대해 허스먼 위원장이 "한국 정부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알려왔다는 것이다. 이 통화에서 허스먼 위원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 방송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이름을 왜곡·비하해서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송 사고'에는 NTSB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정오 뉴스에서 미국 폭스TV 산하 샌프란시스코 지역 채널인 KTVU는 "사고가 난 항공기의 조종사 명단을 확인했다. 이들의 이름은 기장 섬팅웡(Sum Ting Wong)과 위투로(Wi Tu Lo), 홀리퍽(Ho Lee Fuk), 뱅딩아우(Bang Ding Ow)"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명단은 사실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머였다. 사고 당시 조종석에서 오갔을 법한 대화인 '뭔가 잘못됐다(Something wrong)', '너무 낮게 날고 있다(We too low)', '이런 젠장(Holy fu××)'과 '쿵 쾅 으악'을 아시아인들의 이름처럼 보이도록 패러디한 것이다. 더욱이 'th', 'wr' 등의 발음은 많은 아시아인이 틀리게 발음하는 대로 적어 인종차별적 의미도 담았다.

그런데 해당 방송사 기자가 조종사 명단을 확인하려고 NTSB에 전화했을 때 직원이 이를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다. 방송이 나간 직후 NTSB는 "부정확하고 불쾌감을 주는 이름들을 (인턴 직원이) 실수로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다"고 시인했고, 이에 대해 허스먼 위원장이 국토부 통화에서 사과한 것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들의 이름을 왜곡·비하한 보도가 회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샌프란시스코 지역 채널 KTVU를 상대로 미국 현지 법원에 민사소송을 낸다고 15일 밝혔다. 당초 조종사들의 이름을 확인해 준 NTSB를 상대로도 소송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직접 보도한 KTVU만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고 아시아나항공은 밝혔다. 뉴욕한인회도 14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편파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보도를 한 언론들은 진상을 규명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