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다가 활주로와 충돌해 승객 3명이 숨지고 180여명이 다친 사고를 일으킨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조종사 4명이 화물기 편으로 몰래 귀국했다.

국토교통부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4명이 13일 오전 6시26분(한국시각) B747-400 화물기 편으로 귀국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조건부로 조종사들의 귀국을 허락하자 가장 빨리 출발하는 화물기 편으로 조종사들을 귀국시켰다. 이들이 화물기를 탄 것은 귀국 허락이 나온지 12시간만인 12일 새벽 2시55분(현지시각).

여객기 편은 이보다 9시간 정도 뒤인 낮 12시쯤에 출발해 한국에 오후 5시쯤 도착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조종사들은 오랜 조사와 처벌 가능성 등으로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상태”라며 “아시아나항공 쪽에서 언론 노출 등을 감안해 새벽에 도착하는 화물기 편으로 귀국시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이 탄 B747-400 화물기엔 2층 조종실 뒷편에 비즈니스석 6석이 마련돼 있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화물기도 여객기와 마찬가지로 4명의 조종사가 탑승해 교대로 비행한다.

해당 화물기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해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인천공항에 들어왔으며 캘리포니아산 딸기 등을 실었다.

사고 여객기 조종사들은 인천공항 화물청사를 통해 입국한 뒤 건강 검진을 위해 바로 병원으로 갔다고 아시아나항공 측은 밝혔다.
조종사들은 사고 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하지 말 것, NTSB가 조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즉시 출두할 것 등을 조건으로 귀국을 허락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16일까지 병원 검진을 받은 뒤 조종사 면담 조사는 이르면 17일부터 실시한다”며 “착륙 당시 조종석에 앉았던 이강국 기장과 이정민 기장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