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판’이었다. 10일 오후 4시 국내 유일 어린이 공개 방송 ‘모여라 딩동댕’ 700회 특집공연이 열린 서울 상명대 상명아트센터는 애들 천지였다. 엄마가 바지를 벗겨놓고 배변을 검사하는 아이부터 악을 쓰며 우는 아이, 계단을 뛰어다니며 괴성을 지르는 아이, 준비해 온 광선검을 휘두르는 아이까지 종류별 애들의 총집합이었다. 오후 4시 30분 최고조에 달했던 정신 산만은 기적처럼 공연 시작과 동시에 그쳤다. 아이들의 무서운 집중력 뒤엔 ‘딩동댕 트리오’가 있다. 무대 위 ‘번개맨’ 서주성(39), 막간을 장식하는 ‘뚝딱이 아빠’ 김종석(57), 무대 밖 오정석(46) PD가 그 주인공이다.
근육질 파란색 수트에 뾰족하게 솟은 머리카락, 주황색 고글을 낀 '국산 히어로' 번개맨은 2000년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방영돼 온 '모여라 딩동댕'의 상징. 뮤지컬배우이기도 한 번개맨 서주성은 힘의 원천을 아이들의 함성에서 찾는다. "'친구들 안녕~' 인사하면 거센 메아리처럼 '안녕'이 돌아와요. 그 에너지가 정말 좋아요."
오정석 PD는 1990년 입사해 23년간 어린이 프로만 맡아 왔다. 딩동댕 유치원 PD를 거쳐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유아교육팀 CP로 재직했지만 자청해 지난해 3월 '모여라 딩동댕' 현장으로 복귀했다. 미취학 어린이들의 생활 체조가 된 '번개 체조'도 오 PD가 복귀한 후 낸 아이디어. "여러분! 번개 체조 해요." 번개맨의 외침에 아이들이 일동 기립해 가사에 맞춰 앞다리를 들고 옆구리를 흔든다. 가로·세로 1m가 조금 넘는 빨간색 자동차가 갑자기 180㎝의 건장한 히어로로 변신할 땐 아이·부모 모두 탄성을 내질렀다. 제작비 1000만원, 제작 기간 3개월에 걸쳐 탄생한 변신 캐릭터 '마리오'다.
개그맨 김종석은 1983년 MBC 공채 개그맨 3기로 데뷔했다. 1990년부터 '뚝딱이 아빠'로 살아온 김씨는 자칭 'EBS 송해'다. 김씨는 무대 중간중간 공백이 생길 때마다 퀴즈를 내며 열기를 이어갔다. 반짝이는 노랑 의상에 얼굴보다 훨씬 큰 분홍색 뿔테 안경을 쓰고서였다. "이 안경도 미국 맨해튼 뒷골목에서 산 거예요. 해외여행 가면 딴 거 안 해요. 특이한 모자, 특이한 액세서리 보러 다니죠." 김씨는 '애들 박사'다. 2004년부터 서정대 유아교육과 강단에 섰고, 2011년엔 성균관대에서 아동학 박사 학위도 땄다. "제 박사 논문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거예요. 아빠가 놀아주면 애들은 달라진다."
오후 6시 10분쯤 끝난 이날 공연 참가자는 2300명. 인터넷 참가 신청은 1만건이었다. 지난주 세종특별자치시 녹화 땐 신청이 1만4000건 들어왔다. 아이들 반응도 지역별로 다르다. "강원도 인제엔 군인 자녀가 많아 그런지 리액션이 적더라고요. 충청도도 그렇고요. 부산은 엄마들이 더 화끈하죠." 지난해부턴 병원, 공부방 등으로 두 달에 한 번씩 봉사 공연도 하고 있다. 이름하여 '꿈나래 봉사단'. 서주성씨가 기억 하나를 꺼냈다. "수술 직전에 꼭 번개맨을 보고 가야겠다고 한 소아암 환자가 있었어요. 그 친구 보러 전신 소독하고, 병실 앞까지 가서 외쳤던 말이 아직도 기억나요. '별거 아냐, 잘 할 수 있어!'"
‘모여라 딩동댕’은 지난 5월 한국PD연합회가 주는 ‘이달의 PD상’을 받았다. 심사평은 이랬다. “어린이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보면서 이 프로그램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