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국내 파트가 다시 개혁의 도마에 올랐다. 국내 파트 축소 또는 폐지론은 과거 국정원의 정치 개입 논란 때마다 불거졌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됐다.

방첩 활동, 동향 파악이 원래 업무

국정원은 조직 구성 자체가 비밀이다. 국내 파트에 어떤 부서가 어느 정도 규모로 있는지 역시 알려져 있지 않다. 국정원 국회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국내 파트 조직의 전모는 우리도 알지 못한다"며 "현재 파악한 바로는 2차장 산하 핵심 조직은 국익전략실과 국익정보국이다. 국익정보국은 국내 정보 수집, 국익전략실은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는 이와는 좀 다르게 "'정보 판단' '정보 수집' '보안' 등 4~5개 실·국으로 돼 있다"고 했다.

이들이 하는 일은 크게 '방첩'과 '동향 파악'이다. 국가 기관과 대기업, 각종 단체 등에 연락관(IO·Intelligence Officer)을 두고 있다. 국회나 정부 부처는 물론 시민 단체나 삼성·현대 같은 대기업, 언론사, 검찰과 경찰 등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곳이 주요 대상이다. 이들은 매일 각 출입처 동향을 상부에 보고한다. 방첩 활동의 핵심은 대공(對共) 혐의자나 산업 스파이 관련 정보 수집이다. 국정원 관계자들이 "국내 파트를 없앤다는 건 사실상 간첩이나 산업 스파이, 종북 활동을 방치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치 개입, 인사 영향력 등 논란

문제는 '동향 파악'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각종 활동이다. 국정원법은 국정원의 '국내 보안 정보 수집' 범위를 '대공(對共), 대정부 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 범죄 조직 정보'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국정원법 규정 중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 조항(3조 1항 5호)을 근거로 각 기관이나 회사를 출입하고 있다. 전국의 주요 시·도에도 지부를 두고 지역이나 현지 기관 동향을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국내 파트는 정치 개입 물의를 일으킨 일이 많다. 김대중 정권 때 공직자, 언론인 등 각계 인사 1800여명의 통화를 도청한 혐의가 드러나 당시 국정원장들이 사법 처리됐다. 김영삼 정부 때는 지방선거 연기 공작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07년 대선 때는 국정원 직원이 이명박·박근혜 후보 관련 뒷조사를 한 것이 문제가 됐다.

IO들은 자기가 맡은 기관·단체 주요 인사들의 동향 보고도 함께 하는데 이는 대통령 인사 존안 파일의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각 부처 고위직은 국정원 IO들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또 이들이 수집한 정보는 국정원 전체적으로 취합·선별해서 청와대 정무수석실 등에 전달돼 대통령 일일 보고 자료로도 활용된다. 이런 국내 파트가 국정원 전체 조직에서 어느 정도 비중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기능까지 없앨 수 있을까

국정원의 국내 파트를 없애거나 정치 정보 수집을 금지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노무현 정권 초기인 2003년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에 TF를 두고 검토한 끝에 '기관담당관제(출입처 IO)' 폐지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괜찮다"는 식으로 타협했다가 몇 년 안 돼서 IO제도가 부활한 바 있다.

2006년에는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에서 국회 정보위원회에 국정원 개혁 소위를 만들었다. 당시 발의된 법안에는 '정치 활동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다. 야당이던 한나라당에서도 '특정 정당 및 정치인에 대한 동향 파악과 감시 등 정치적 사찰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안을 냈다. 이 법이 통과됐다면 국내 파트는 상당 부분 축소됐겠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당시 국회 과반을 점유했던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법안 추진에 소극적이었고 결국 무산됐다. 이명박 정권 초에도 연락관제 폐지와 대북·해외 부문 강화가 검토됐으나 연락관제를 폐지하지는 못했다.

국내 파트 존폐에 대해 전직 국정원 관계자들은 "간첩·산업스파이 활동을 잡아내려면 가까이서 상시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도 "국회나 시민 단체 등에 종북 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국정원 국내 파트는 없앨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조직으로서 국내 파트를 없애고 그 인원은 대공, 대테러, 방첩, 해외 경제 정보로 돌리되 그중 국내 보안 정보와 관련된 기능 정도만 살려두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