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에 제2 인생을 시작한 미국 유명 금융인이 있다. 주인공은 모리스 행크 그린버그 전(前) AIG 회장이다.
그는 8년 전 80세이던 2005년 3월, AIG 최고경영자(CEO)와 회장직에서 각각 물러났다. 당시 그는 영업 실적을 조작하고 경쟁사 간 담합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었다. 당연히 그의 재기를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5년 후인 2010년 미국 법원은 그의 무죄(無罪)를 판결했다. 무죄 판결 후 그린버그는 보험사 ‘스타인터내셔널’을 세워 재기를 꾀하고 있다. 그는 최근 중국 상하이, 터키 이스탄불, 필리핀 마닐라 등을 연쇄 방문해 고객사들과 계약하며 보험금을 모으고 있다. 그린버그는 “새 회사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 나는 나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린버그는 AIG 창업자 코넬리우스 반데르 스타로부터 CEO 자리를 넘겨받은 뒤 평범한 보험사였던 AIG를 세계 최고 보험사로 키웠다. 그가 1965년 CEO에 취임해 2005년 AIG를 떠날 때까지 40년 만에 AIG의 시가총액은 700배 정도 늘었다.
그린버그가 설립한 ‘스타인터내셔널’은 지난해 항공산업, 건설업, 해운업 등의 사업 분야에서 27억여달러의 보험료를 모았다. 이는 AIG보험의 손해보험 총액(약 450억달러)에는 훨씬 못미친다. 그러나 성장세만은 매우 빠르다는 평가이다.
많은 보험 브로커와 고객들은 그린버그의 재기를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미국 보험사 에이온의 관리책임자 알 토빈은 “그린버그는 최고의 재능을 갖고 있는 금융인”이라며 “보험업계는 그를 따뜻하게 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