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피자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여대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 협박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가해자인 피자가게 사장 안모(37)씨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이원범 부장판사)는 3일 강간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씨에 대해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신상정보 공개 5년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살해 위협에 가까운 협박을 하고, 피해자를 감금·성폭행했다는 공소사실은 대부분 유죄로 인정되고 피해자를 자살로까지 몰고 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피해자 자살에 대해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피고인의 책임을 벗어난 형벌적 판단은 불가능하다”고 감형이유를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유부남인 피고인이 미혼인 피해자를 만나 관계를 맺은 뒤 피해자가 자신의 사촌동생을 만난다는 이유로 ‘죽이겠다’며 극도의 공포심을 야기해 피해자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한 점에서 죄질이 극도로 나쁘다”며 징역 9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하지만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직접적인 위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고, 당시 정황상 피해자가 사망할 것을 예견하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해 강간치사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감형 판결이 내려지자 피해 여대생의 어머니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이럴 수는 없다. 있을 수 없는 판결이다. 이러니까 성범죄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며 오열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유족들은 1심 판결에 대해서도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9년형이냐. 판결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었다.

안씨는 지난해 8월 8일 오후 9시 20분쯤 자신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했던 이모(여·23)씨의 서산시 음암면 집 앞으로 찾아가 “만나주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해 이씨를 불러낸 뒤 인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성관계 사진과 나체 사진을 찍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안씨는 성폭행 직후 촬영한 사진을 이씨의 휴대전화로 전송하고, 다음날인 9일에도 수십 차례에 걸쳐 협박문자를 보냈다.

안씨의 협박을 견디지 못한 이씨는 성폭행을 당한 지 이틀 만에 서산시 수석동 한 야산으로 아버지의 승용차를 몰고 나와 차 안에 연탄불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는 자살 직전 “TV에서 일어나는 일이 실제로 나한테 일어나고 있다. 치욕스럽고 고통스럽고 모욕스럽다. 그가 나에게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 나를 죽일까봐 너무나 공포스럽다. 그래서 대신 내가 죽는다. 죽어서 진실을 알리겠다. 내가 당한 일을 인터넷에 띄워 알려 달라. 친구들아 도와줘. 경찰 아저씨 이 사건을 파헤쳐서 그 사람을 사형시켜 주세요”라는 유서를 휴대전화에 남겼다.

지난해 1월부터 자신의 피자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씨에게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접근했던 안씨는 이씨가 자신의 사촌동생과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