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하우스, 영화

이 영화, 아주 오묘하면서도 놀랍다. 동시에 재치있고 유쾌하다. 러닝타임 105분간 대체 어떻게 진행되다 끝이 날 것인지 종잡을 수 없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프랑스의 문제 감독 프랑수아 오종(46)의 ‘인 더 하우스’(2012)는 소소한 일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를 만들어 내는 솜씨에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2012 토론토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2012 산세바스티안영화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고 여러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된 수작이다.

원작은 철학박사이자 교수인 스페인 유명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48)의 ‘마지막 줄에 앉은 소년’이라는 희곡이다. 오종이 자기 식대로 해체하고 조합해 매혹적인 영화로 만들어냈다. 발칙한 도발, 훔쳐보기에 대한 욕망, 금기의 섹슈얼리티, 지적이고 세련된 풍자,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서스펜스로 버무려냈다. 미국영화정보 사이트 인디와이어는 ‘강렬하고 모든 멋진 것들을 모아놓은 종결판’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무엇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정교하게 구축된 설정과 이래저래 얽힌 관계가 일일이 거론하기에 목이 아플 정도로 천재적이다.

이야기는 작가가 되길 원했던 문학교사 제르망(파브리스 루치니)이 학생들에게 작문숙제를 내주며 시작된다. 아내인 갤러리 큐레이터 장(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이 지켜보는 가운데 채점을 하던 그는 학생들의 한심한 문장력에 “무식한 것들, 이 나라는 전쟁 안 일어나도 망할거야”라고 끌탕을 한다. 그러던 중 클로드(에른스트 움하우어)의 작문에서 놀라운 재능을 발견하고, ‘다음 시간에 계속’으로 끝나는 글에 세헤라자데가 풀어내는 ‘천일야화’에 매료된 페르시아 왕 샤리아르처럼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결국 제르망은 클로드에게 구스타프 플로베르(영화 속 학교의 이름이기도 하다)부터, 카프카, 체호프, 디킨스, 도스토옙스키 등 문학 거장들이 거명되며 이뤄지는 개인 문학수업을 해주며 글짓기를 지속하도록 부추긴다. 글은 완벽한 가정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있는 클로드가 친구 라파(파스천 유게토)의 집에 접근해 라파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어머니 에스더(에마뉘엘 자이그너)를 엿보다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이 와중에 라파 역시 클로드에게 동성애적 사랑을 느낀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떠나고 사고로 장애인이 된 아버지와 살아가는 클로드는 조숙하고 영민하면서도 모성애에 그리움을 지니고 있다. 그의 스토리텔링에 홀린 제르망을 “재능이 없어 분노하는 것 같다”고 희롱하면서도, 작문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며 수학 시험지까지 훔치게 하는 치명적 유혹을 지속하는 ‘옴파탈’이다. 그의 호기심과 매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가 이 영화가 움켜쥐고 있는 비밀 중 하나다.

클로드를 중심으로 엮인 두 가정의 대비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화목해 보이는 라파의 가정이지만 실상은 사장과 중국인 바이어에게 들볶이며 회사에게 목 졸린다고 느끼는 가장, 무료한 삶에 지친 아내, 동성애적 감정과 어머니와 친구의 불륜에 충격 받은 아들의 ‘자살’로 와해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이들은 끈끈한 가족 간의 사랑으로 다시 봉합된다.

반면, 우디 앨런과 다이앤 레인이 티격태격하듯 속사포 같은 수다를 풀어내는 제르망과 장은 사이좋은 협력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다. 제르망은 아내가 전시하는 작품의 카탈로그를 “최악의 문장”이라 폄하하며 “예술 좋아하네, 물건 팔아먹으려는 사기”라고 비웃고, 장은 남편의 전공인 문학을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고 칭하며 “제르망은 재능이 없다”고 비하한다. 클로드의 등장으로 이 균열은 가속화하며, 파국은 엉뚱한 곳에서 일어나게 된다.

파브리스 루치니(62),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53), 에마뉘엘 자이그너(47) 등 중견배우들 사이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발하는 신예 에른스트 움하우어(24)를 눈여겨 볼만하다. 165㎝의 단신으로 또래보다 어려보이는 외모로 16세 고교생 클로드 역으로 발탁됐다. 뱀파이어를 연상시키는 냉혹한 관찰자의 눈빛과 시니컬한 표정이 어우러진 기묘한 매력으로 주변인들을 파멸로 이끄는 ‘옴파탈’을 순수한 열정과 교활함을 오가며 연기해냈다. 2013 뤼미에르영화제 신인상을 받았다.

어린이 모델 출신으로 웬만한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의 오종은 파리1대학 영화학 석사로 1990년 프랑스 유명 영화학교 라 페미스에 입학해 찍은 많은 단편들이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첫 장편 ‘시트콤’이 1998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아 화려하게 데뷔했고, ‘스위밍 풀’ ‘8명의 여인들’ 등의 작품을 통해 개성적인 유머와 감수성, 심리학적 통찰을 조화시킨 연출력으로 금기에 가까운 소재인 근친상간, 살인, 성 정체성, 자살, 가학·피학, 관음증과 같은 문제들을 대담하게 그려왔다.

형식면에서도 사이코 드라마, 서스펜스 스릴러, 코미디, 가족 드라마, 멜로와 같은 다양한 장르에 시트콤, 뮤지컬, 시대극 등의 형식을 자유롭게 결합시키는 실험을 거듭해 오면서 자신만의 창의적인 스타일과 영상으로 프랑스 작가 영화의 계보를 잇는 적자이자 미래로 불려왔다. ‘인 더 하우스’에서도 선배 감독들의 온갖 영향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클로드의 창작인지 알 수 없는 교묘하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친구 어머니의 신체노출과 부부의 침실을 엿보는 고교생, 고교생과 친구 어머니, 스승의 아내와 애정신 등 미성년자의 일탈을 그린 파격적 ‘막장 치정극’이 국내에서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니, 이것 또한 놀랄 일이다. 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