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현민 기자] tvN-엠넷 드라마 '몬스타'가 매회 이슈다. 굵직한 인기배우 없이 막을 열었던 12부작 청춘 드라마는 벌써 6회를 끝마치며 중반을 넘어서는 중이다. 신인 연기자, 뮤지컬 배우, 개그맨 등으로 꾸려진 출연진은 의외의 호평을 받으며 작품을 무리없이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그룹 비스트로 활동 중인 용준형의 경우, 첫 연기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딱지가 무색하리만큼 자연스럽게 윤설찬 캐릭터에 빙의된 듯 녹아들었다. 이는 극중 인기 아이돌 윤설찬을 연기하는 만큼 스스로의 삶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윤설찬(용준형 분)은 학교 생활, 대인 관계, 사랑 등 모든 것에 또래들보다 서툴다. 오로지 곡을 만들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데에만 익숙한 천상 아이돌이다. 사랑의 감정을 억지로 숨기는 모습, 어색하게 변명하는 모습, '자뻑'에 빠져 우쭐대는 모습 등이 불편하게 다가서지 않는 이유다.
뮤직드라마를 표방한 '몬스타'는 음악적인 면에 있어선 윤설찬에게도 진지한 모습을 부여한다. 정선우(강하늘 분)와 피아노 호흡을 맞추는 장면, 수행평가를 위해 민세이(하연수 분)와 '트러블메이커'를 편곡해 호흡하는 모습, 극중 아이돌그룹 맨인블랙으로 '말하자면'을 부르는 모습들이 그러했다.
확실히 '가수 출신'이라는 딱지가 더 유용하게 작용한 셈이다. 비단 용준형 뿐만이 아니다. 불량한 일진 여학생 김나나 역을 소화 중인 걸그룹 글램 멤버 다희도 지난 22일 방송에서 드디어 빛을 발했다.
김나나(다희 분)는 정선우를 향한 이룰수 없는 짝사랑의 설움을 담아 조관우의 '늪'을 애달프게 열창했다. 평소 단문의 대사만 반복했던 김나나는 이날 혼신을 다한 노래로 자신이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을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이는 억지스럽고 익숙하지 않은 연기보다, 오히려 적절했다.
매회 소장가치가 높은 장면을 만들어내는 박규동 역의 강의식도 마찬가지다. 강의식은 노래를 주무기로 삼는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드라마에 투입된 건 이번이 최초다. 극중 '라디오'라 불리며 왕따를 당하는 박규동(강의식 분)과는 달리 시청자들의 애정을 한몸에 받고 있다. 첫 회 민세이와 듀엣 호흡을 맞췄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시작으로 차도남(박규선 분)과 호흡한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까지, 선보이는 곡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극중 완벽한 '엄친아'로 등장하는 정선우 역의 강하늘도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매회 주어지는 노래들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카메오도 예외는 아니다. 가수 아이비는 심은하(김민영 분)의 미래 모습으로 등장해 자신의 곡 '유혹의 소나타'를 재즈버전으로 재해석해 감미롭게 소화했다. 새 앨범 홍보를 위해 개그 프로그램에 나와서 어설픈 개그를 하거나, 카메오를 위한 억지 카메오로 발연기를 선사해 작품에 폐를 끼치는 것보다 훨씬 적재적소에 배치된 셈.
용준형과 인연이 있는 태국 인기가수 나튜도 길거리 버스킹 청년으로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코리아키즈' 출신의 이은성, 김초은 등이 어린시절 회상신에 등장한 것 역시 좋은 활용이다.
'몬스타'는 가수 출신이 연기에 도전하면 소위 '발연기' 오명을 쓰는 게 통상적인 관례처럼 이뤄졌던 연예계에 다른 지침서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몬스타'의 적절한 가수 활용법이 향후 연기 도전을 꿈꾸는 다른 가수들에게도 하나의 표본 드라마로 자리잡게 되진 않을까 전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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