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으로 팔자 핀 여인들

지난주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82) 뉴스코퍼레이션 최고경영자(CEO)의 이혼 소식이 전 세계 언론을 장식했다. 세상의 관심은 세 번째 부인 웬디 덩(45)이 이번 이혼으로 받을 위자료에 집중되고 있다. 홍콩의 방송국 직원이었던 덩은 14년 동안 머독과 살았다.

호주 출신 미국인인 머독은 전에도 거액의 위자료를 지급한 적이 있다. 1999년 두 번째 부인이었던 안나 마리아 토브(69)와의 이혼 소송에서 17억달러(약 1조9000억원)를 지급했다. 토브는 머독과 이혼한 다음 사업가 윌리엄 맨과 재혼해 가정을 꾸렸다. 머독의 현재 재산은 94억달러(10조8000억원). 파이낸셜타임스는 전(前) 부인과의 소송 결과를 근거로 "덩이 받을 위자료가 최소 10억달러(1조1500억원) 수준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뉴욕주(州)에서 일하는 박준희 변호사는 "덩의 위자료를 계산하기 위해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온갖 전문가들이 달라붙어 14년 동안의 재산 증식 과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서 결혼은 사랑이지만, 이혼은 철저한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서구 사회에선 이혼으로 팔자 고친 사람들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혼과 함께 받아낸 거액의 위자료 덕분에 갑부가 된 사람은 누가 있을까. 그리고 이혼 후 그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갑부들의 수천만달러짜리 이혼 수두룩

미국 부동산계의 거물 도널드 트럼프의 전 부인 이바나는 1990년대 초 남편의 불륜 현장을 포착해 막대한 위자료를 받아낸 거액 위자료의 '원조'로 꼽힌다. 1990년 12월 31일 미국 콜로라도주(州)의 한 스키장. 슬로프 꼭대기에서 내연녀인 배우 말라 메이플과 밀회를 즐기던 트럼프는 이바나와 맞닥뜨린다. "이 나쁜 X. 내 남편을 가만히 둬!" 부인이 메이플에게 소리치는 사이 트럼프는 얼굴을 스카프로 가린 채 스키를 타고 줄행랑을 쳤지만 곧 붙잡혔다. 이바나는 스키 선수 출신이다.

이들의 이혼 소송은 2년을 끌었다. 이혼 서류에 서명을 하고 이바나가 받아낸 돈은 2500만달러(280억원)다. 그는 이 돈을 밑천으로 '이바나'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바나는 출판·패션 사업으로 시작했다가 결국 트럼프의 주력 사업인 부동산업으로도 손을 뻗쳤다. 2004년엔 트럼프가 라스베이거스에 64층짜리 호텔을 짓겠다고 발표하자 이바나가 건너편에 80층짜리 건물을 올리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트럼프와 이혼 후에 두 명의 젊은 남자와 연달아 재혼했고 2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이혼했다. 트럼프는 이바나와 이혼한 다음해에 메이플과 결혼했다가 1999년에 또 이혼했다. 메이플은 이혼 소송을 수년 동안 질질 끄는 대신 비교적 적은 200만달러(23억원)의 위자료를 받기로 합의하고 결혼 생활을 정리했다. 트럼프는 2005년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 멜라니아 크나우스와 결혼해 가정을 꾸려 살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중에도 전 부인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지급한 명단에 올라 있는 사람이 꽤 있다. 패턴은 비슷하다. 뜨기 전에 결혼한 조강지처와 살다가 유명해진 다음 더 젊거나 유명한 여성과 불륜을 저질러 이혼을 당하고 그 대가로 위자료를 지급하는 식이다.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 마이클 더글러스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 패턴을 따랐다.

'ET'의 대본을 쓴 멜리사 매티슨은 해리슨 포드와 결혼해 18년간 함께 살았지만, 포드가 불륜을 저지르자 이혼소송을 제기해 1억8000만달러(2000억원)의 위자료를 받아냈다. 포드의 불륜 상대는 22살 어린 배우 캘리스타 플록하트였다. 매티슨은 '결혼 기간 포드가 출연한 영화에 대한 추후 수익도 나눠 갖는다'는 조항을 넣는 데도 성공해 위자료는 계속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스타워즈', '인디애나 존스' 등 포드의 히트작 대부분은 둘이 함께 살던 시절에 나왔다.

마이클 더글러스의 전 부인 디안드라 루커는 이혼하며 7900만달러(910억원)를 얻었다. 부부 사이는 더글러스가 여배우 캐서린 제타존스와 눈이 맞아 깨졌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부인이었던 에이미 어빙도 1999년 이혼소송을 제기해 1억1250만달러(1300억원)의 위자료를 거머쥐었다. 이 액수는 당시로서는 최고액이었다. 두 사람은 스필버그가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 출연한 여배우 케이트 캡쇼를 만나면서 파경을 맞았다. 스필버그는 어빙과 이혼 후 캡쇼와 재혼했다.

결혼 생활 4년, 하루 3900만원 벌었다

지난해 1월에 철거됐던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38)의 플로리다주 팜비치 해변 별장 자리에 지난 3월 대형 저택이 들어섰다. 저택은 침실 6개와 화장실 8개, 엘리베이터를 갖춰 동네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집의 현재 주인은 우즈의 전 부인 엘린 노르데그렌(33)이다. 그는 2010년 8월 온갖 염문을 뿌린 우즈와 이혼하며 이 집의 소유권과 함께 1억1000억달러(1260억원) 상당의 위자료를 받았다. 그 위자료의 상당액이 저택 건축을 위해 들어갔다. 엘린은 우즈와의 이혼 후 '남자'도 새로 얻은 듯하다. 뉴욕포스트는 "노르데그렌이 이웃에 사는 억만장자 석탄 사업가 크리스 클라인과 밀회를 즐겼다"고 지난 3월 보도했다.

가수 폴 매카트니(68)의 전 부인 헤더 밀스(43)도 이혼과 동시에 돈방석에 앉았다. 밀스는 매카트니의 두 번째 부인으로 모델 출신에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장애인이다. 밀스는 2006년 이혼하면서 위자료로 2430만파운드(500억원)를 받았다. 밀스는 '미디어의 심한 사생활 침해를 견딜 수 없었다'고 헤어진 이유를 들었다. 밀스는 매카트니와 산 4년 동안 매일 3900만원의 수입을 올린 셈이다.

◇"유산을 차지하라"…젊은 아내와 중년 아들의 전쟁

메릴린 먼로를 닮은 외모로 인기를 끈 안나 니콜 스미스는 1994년 63살 연상의 석유 대부호 하워드 마셜(당시 89세)과 결혼했다. 결혼할 때 "돈 때문에 다 죽어가는 남자와 결혼한다"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음해 8월 남편이 세상을 뜨자 28살 연상의 '아들' 피어스 마셜과 유산 상속을 두고 기나긴 소송전에 돌입했다. 하워드 마셜이 스미스를 만나기 전에 유서를 써놓고 이를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 문제가 복잡해졌다. 그의 아들은 4500만달러(510억원)를 스미스에게 제시했지만 스미스는 1억6000만달러(1800억원)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스미스는 소송이 한창이던 2007년 플로리다의 한 호텔에서 의문사했다. 결국 마셜가(家)로부터 한 푼의 돈도 얻어내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