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알을 낳았어?" 지난 3월 28일 강원도 철원의 한국조류보호협회 지회에서 천연기념물 제243-1호인 독수리가 산란(産卵)했다. 이곳은 상처를 입고 구조된 독수리 10마리를 보호하고 있는 곳이다.
알을 낳은 독수리는 10년 전 날개를 다친 뒤 지금까지 이곳에 살고 있다. 올해 초 한 차례 산란했지만, 무정란이어서 자연 부화에 실패했다. 두 달 만에 또 생긴 독수리 알을 두고 협회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와 협의 끝에 인공 부화를 결정했다. 5월 19일, 마침내 알이 조금씩 깨지더니 새끼 독수리가 눈을 뜨고 먹이를 받아먹었다.
문화재청은 이 독수리의 인공 부화를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독수리의 월동지(越冬地) 부화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다. 서부 지중해 등 유럽 일부와 만주·몽골·티베트 등 아시아에서 서식하는 독수리는 11월부터 2월 사이 한국에서 월동한다. 어린 독수리가 많은 사람을 보게 될 경우 각인(刻印) 현상(움직이는 물체의 뒤를 쫓는 행동)이 생길 것을 우려해 언론 공개가 한 달 늦춰졌다.
1970년대만 해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독수리는 농약·독극물·사냥 등으로 인해 많이 줄어들었다. 독수리가 동물 시체를 찾아 먹는 '청소동물'이기 때문에 먹잇감이 감소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문화재청은 독수리의 산란·부화 시기에 대비한 별도의 번식장을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