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테러범, 전설적 은행털이, 희대의 살인마….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정하는 '10대 지명수배자(10 most wanted)'가 63년 만에 500번째 수배자를 명단에 올렸다. 이 명단은 1950년 FBI 초대 국장인 에드가 후버 시절 시작됐다. 이 명단은 FBI뿐 아니라 미 사법당국 차원에서 전 세계 범죄를 추적하는 활동의 상징으로 통한다. 용의자가 체포되거나 사망하면 새로운 수배자가 빈자리를 채운다.
FBI는 17일(현지 시각)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 게바라와 월터 리 윌리엄스를 각각 499번째와 500번째 '10대 지명 수배자' 명단에 포함해 발표했다. 게바라는 2008년 루이지애나의 가정집에 침입해 4세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6세 여성을 강간·살해한 혐의다. 전직 대학교수인 윌리엄스는 수십 차례에 걸쳐 미성년과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론 호스코 FBI 범죄수사국 부국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3년 전이나 지금이나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오른 범죄자들은 모두 극도로 위험하며 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FBI의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는 미국 현대사를 뒤흔든 범죄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가장 유명한 인물은 9·11 테러를 일으킨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다. 빈 라덴은 2011년 5월 사살될 때까지 12년간 10대 지명수배자 중 '1번'을 차지했다. 10대 지명수배자에게 걸린 현상금은 보통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 안팎이지만, 빈 라덴의 현상금은 2500만달러(약 280억원)까지 치솟았다.
"돈이 거기 있으니 턴다"는 말을 남긴 전설적 은행털이범 윌리 서튼, '연쇄 살인범(Serial Killer)'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1970년대의 살인마 테드 번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폭발 사건을 일으킨 에릭 루돌프 등도 10대 지명수배자에 장기간 이름을 올렸다.
지난 63년간 10대 지명수배자에 오른 500명의 범죄자 중 469명이 체포되거나 사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