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표재민 기자] 우물쭈물하거나 요리조리 피하는 법이 없다. 요즘 말로 모든 답변이 돌직구다. 물론 모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만 그렇다. 상대 배우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조심스럽다. 솔직하고 영리하지만 따뜻한 심성을 가진 배우, 직접 만나 대화를 한 배우 신세경(22)은 그랬다.

신세경은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두 남자의 열렬한 사랑을 받으며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자신이 상처를 받는 서미도 역을 연기했다. 일명 ‘어장관리녀’라는 오명을 받기도 한 미도를 연기하며 어지간히 욕도 많이 먹었다. 그만큼 신세경이 미도를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미도가 욕을 많이 먹었지만 아쉽진 않아요.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니까 대중이 그 캐릭터에 대해 욕을 해도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해요.”

드라마 속 신세경은 송승헌과 연우진이라는 멋진 두 남자에게 사랑을 받았다. 때문에 여성 시청자들의 날선 시선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미도가 두 남자 사이에서 여러 감정을 가지고 있잖아요.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는 인물이니까. 연기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과 앞으로 재희와 태상에 대한 감정이 어떨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그래도 이런 고민조차 연기하는 게 재미있으니까 즐거워요.”

‘남자가 사랑할 때’는 네 남녀의 복잡하게 얽힌 치정멜로를 그리겠다는 기획의도로 출발했지만, 중반 이후 캐릭터가 당위성을 잃고 변질됐다. 극이 진행될수록 개연성을 잃고 캐릭터가 뒤틀리는 등 아쉬움을 샀다.

“드라마는 언제나 변수가 있어요. 드라마가 끝난 지금 생각해보면 작품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제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죠. 다음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곱씹어요. 두 번 실수를 하면 안되니깐요. 그렇다고 실수에 얽매이지는 않아요. 작품이 끝나고 제가 한 연기를 떠올리고 곱씹어보는 것은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신세경은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편이다. 종영한지 꽤 됐는데도 아직도 미도를 잊지 못하고 있다. 다음 작품에서 새로운 인물을 연기할 때까지 계속 된단다.

“작품에서 빠져나오는 속도가 다른 배우들에 비해 좀 느린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강도는 약해지겠지만 캐릭터에서 늦게 빠져나오는 편이에요. 사실 전 드라마 끝나고도 드라마를 보거든요. 제가 나온 드라마는 단순한 드라마는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살아온 날에 대한 기록이니까 그걸 보면서 추억을 회상하죠.

신세경은 20대 초반의 나이와 걸맞지 않게 연기와 작품에 대한 고민이 진지하다. 연기와 작품에 대한 질문에는 쉴 새 없이 자신의 견해를 쏟아낸다. 속사포 같은 그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이 젊은 배우가 평소 연기에 대해 얼마나 많은 성찰의 시간을 갖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한 작품을 끝냈을 때 그 작품이 저에게 빛나는 순간이 되든, 아니면 참혹한 순간이 되든 어찌됐든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해요. 지금 당장 제가 연기자로서 어떤 위치에 오르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조금씩 성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드라마가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연장선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세심하게 보면 미도는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과 많이 다르거든요. 다르게 연기하려고 노력을 했고요.”

우리나라 드라마 촬영현장은 어디나 고되다. 2009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신세경은 2011년 ‘뿌리 깊은 나무’, 2012년 ‘패션왕’, 그리고 올해 ‘남자가 사랑할 때’까지 쉬지 않고 연기를 이어왔다. 작품에 임하면서 배우 신세경 뿐만 아니라 인간 신세경도 성숙했다.

“촬영 현장은 한번 불사르고 사라지는 초처럼 강렬해요. 극단적으로 체력도 소모하고 극단적으로 감정도 쏟아붓죠. 극단적으로 판단을 하게 되고 극단적으로 내몰리기도 해요. 촬영 현장이 춥든 잠을 못자서 체력적으로 힘들든 극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점점 맷집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언제나 최악의 조건인데 하면 할수록 견디게 되는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신세경은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미도라는 복잡한 인물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미도가 유독 안방극장에 미운 털이 박혔던 것도 신세경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이번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생각할 시간이 많았어요. 제가 어떤 감정을 표현할 때 저만 그 감정을 표현해서 되는 일은 아니더라고요. 대중에게 어떻게 보이고 공감을 이끌어낼지도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선배님들에게 조언도 많이 구했고요. 저를 재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죠. 이번 작품을 하면서 작가님이나 감독님과 많은 소통을 하기도 했고요.”

신세경은 자신에 대해 평가가 박한 편이다. 이번 작품에서 연기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았지만 아직은 더 보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작품을 할 때마다 연기에 대한 부담이 늘어요. 배우로서 한계를 보게 돼요. 그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고민도 하게 되죠. 가끔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한계를 넘어섰을 때 성취감도 느끼게 되고요. 분명한 것은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렵더라고요. 자꾸 문제점이 보이게 되고요.”

신세경은 어느 스타와 마찬가지로 큰 인기만큼이나 날선 혹평에서 피하지 못한다. 배우 신세경은 혹평을 받아들일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치열하게 연기를 했고, 지금도 치열하게 삶을 산 신세경의 적지 않은 연륜이 묻어난다.

“다른 사람에게 저에 대해 객관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객관적인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 혼자 짐을 짓고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돼요. 물론 저 스스로를 보호는 해야 하니까 너무 터무니 없는 지적들은 걸러내려고 하죠.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를 두고도 많은 고민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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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