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대학바둑의 새로운 챔피언에 등극했다. 15일 한국기원서 막을 내린 제7회 한세실업배 릴레이 대학동문전 결승서 연세대는 서울대와 시종 숨 막히는 접전 끝에 2대1로 승리, 이 대회서 처음 우승했다.

초반 기선을 잡은 쪽은 서울대. 박치문(65) 신봉호(59) 김형균(31)이 나선 1국서 불리했던 판을 뒤집고 흑 6집 반 승, 기세를 올렸다. 연세대는 박태순(45) 김정우(48) 유석민(32)조가 2국을 흑 반 집 차로 이겨 스코어는 1대1. 최종 3국은 엎치락뒤치락 끝에 김정우 정인규(66) 유석민의 '필승조'가 나선 연세대의 흑 불계승으로 끝났다. 시간에 쫓긴 서울대 마무리 담당 오경환(26)의 끝내기 실수가 치명타였다.

릴레이 동문전은'바둑'을 씨줄로, '모교'를 날줄로 엮어 동문들의 결속을 다지는 행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15일 서울대를 꺾고 우승한 연세대 응원단이 환호하는 모습.

전국 강호 20개 대학이 출전한 올해 대회서 연세대는 예선을 2승으로 통과한 뒤 건국대 전북대 서울대를 차례로 꺾었다. 팀이 거둔 8승(2패)에 모두 출전했던 유석민이 최고 수훈을 세웠고 정인규(5승) 김정우 황세종(이상 4승)이 뒤를 받쳤다. 서울대는 경희대 한국외대 명지대를 눌렀으나 마지막 고비에 막혀 첫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전년도 우승·준우승 팀인 고려대와 성균관대, 전통의 강호 한국외국어대 등이 본선 첫 판서 탈락하는 등 기존 판도가 크게 흔들렸다.

릴레이 대학동문전은 2007년 보노겐배로 출발. 3회 때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바뀐 대학바둑 최고의 잔치. 초 중 종반으로 나눠 3인 1조로 한 판을 완성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출전자 3명의 연령합계가 120세를 넘어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 '노소동락'을 유도했다.

올해 최연소 출전자인 전북대 재학생 권재구(20)는 아버지뻘 선배들 틈에서 소속 팀 4강 돌풍의 주역을 맡았다. 우승 팀 연세대에선 정인규(66)와 이민규(22)의 연령차가 44세에 달했다. 바둑TV 해설자 김성룡 九단은 "넓어진 연령 스펙트럼에 발맞춘 선수 확보가 앞으로 각 팀의 전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간 변수로 인한 드라마도 속출했다. 팀당 25분을 소진하면 매 1분 초과 때마다 5집씩 공제하는 방식이어서, 백중전일 경우 잔여시간이 1초라도 많은 팀이 절대 유리하다. B조 예선 최종국서 부산대는 동국대보다 10여 초가 부족, 먼저 벌점 위기에 몰렸으나 이후 '소나기 착점'으로 0.38초 차이로 상대에게 벌점을 넘겨 극적 역전승을 거뒀다.

결승전을 지켜본 강병두 대학바둑연맹 회장은 "각 대학 동문들이 유대를 다지는 데 릴레이동문전만 한 대회도 없을 것"이라며 "더 흥미로운 규정을 연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상식 후 출전 선수들은 소속 팀에 관계없이 뒤풀이 자리를 함께 가지며 우의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