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표재민 기자] 아직 2회 밖에 방송되지 않았는데 드라마 ‘여왕의 교실’의 교사 고현정이 아이들을 매회 울리고 있다. 극중 고현정은 경쟁과 그로 인한 차별이 당연한 현실을 미리 일깨워주겠다는 명분 아래 아이들의 숨기고 싶은 치부를 가지고 협박을 하거나 부모를 두고 막말을 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그런 교사의 날카로운 독설에 분하지만 하염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마녀 교사 고현정의 막말의 숨은 의도는 무엇일까.
지난 13일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 2회는 6학년 3반 학생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조련하는 교사 마여진(고현정 분)의 독한 행보가 본격적으로 그려졌다.
여진은 현실에서 차별은 당연한 것이라고 성적순으로 모든 것을 가늠한다. 상의 1%의 성적이 아닌 아이들에게는 수업 시간 외에 따로 말도 걸지 못하게 한다. 성적이 낮은 아이들이 청소와 급식 등 누구든 꺼려하는 일을 도맡아 하고 성적이 높은 아이들만 오롯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 철저한 경쟁을 통해서 아이들의 성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여진은 경쟁에 치우치는 수업방식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들을 맞춤형 상담으로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학부모들은 성적을 올려주겠다는 여진에게 홀라당 넘어가버리고 학부모들에게 기대를 걸었던 아이들은 이내 실망한다. 이제 꼼짝 없이 마녀 교사 여진의 혹독한 수업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여진의 냉혹한 수업방식이 극대화된 장면은 호신술을 배우는 시간. 그는 “강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어설프게 싸우려다가 다치지 말고 도망가야 한다. 도망가지 못할 경우 굴복하고 복종을 해야 한다. 그래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흔히들 말하는 비교육적인 방식을 설파했다. 용기를 북돋아주는 일은 애초에 기대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또한 여진은 친구간의 우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심하나(김향기 분)를 몰아세우고 오동구(천보근 분)의 치부를 모든 아이들 앞에서 공개하는 상식을 파괴하는 교육법을 이어갔다. 동구에게 ‘어머니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기 때문에 아프디 아픈 현실을 잊기 위해 옛날 개그에 집착을 하는 것’이라고 냉정하게 말하는 여진의 모습은 충격을 넘어 공포로 다가왔다. 그리고 동구의 눈물은 시청자들을 후벼팠다. 그렇지만 동구에게 이 같은 여진의 막말보다 세상이 호락호락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청자들은 없었다.
이처럼 여진의 교육 방식은 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 미리 세상을 경험하게 만든다. 아직 몰라도 되는 경쟁으로 인한 차별 등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한다.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여진의 횡포와 가까운 교육이 언어폭력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여진의 교육 방식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여진의 냉혹한 교육으로 인해 조금씩 단단해지는 아이들을 발견하면서 진정한 교육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주어진 것. 부모에 대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동구가 현실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맞닥뜨린다면, 여진을 무서워하는 하나가 맞서싸우려고 한다면, 공부 밖에 관심이 없는 김서현(김새론 분)이 친구를 생각하게 된다면 아이들은 공공의 적 여진으로 인해 한뼘 성장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2회 밖에 안된 이 드라마는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여진의 교육 방식이 언어 폭력인지 아니면 진정한 의미의 교육인지 시청자들의 고민도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