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백화점, 대형마트들이 입점 업체에 인테리어 비용을 떠넘길 수 없게 된다. 또 TV홈쇼핑사는 방송 제작비나 할인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납품 업체에 요구할 수 없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같은 대형 유통 업체와 입점(납품) 업체 간의 비용 분담 기준을 정한 표준거래계약서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6일 밝혔다.
공정위의 새 기준에 따르면, 앞으로 백화점이 스스로 원해서 매장 개편을 할 경우 매장 바닥, 조명, 벽체 등 기초 시설 공사비는 백화점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각 매장의 인테리어 변경 비용 역시 백화점이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백화점의 요구라고 하더라도 좋은 위치로 이동해서 입점 업체에도 이익이 될 경우에 한해 입점 업체가 인테리어 비용의 최대 절반까지 낼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만약 입점 업체가 스스로 인테리어를 바꿀 경우에는 입점 업체와 백화점이 협의해서 비용 분담 비율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백화점은 스스로 필요에 의해 매장 개편을 하면서도 각 매장의 인테리어 변경 비용을 전액 입점 업체가 떠안도록 강요해왔다. 백화점 입점 업체 한 곳당 인테리어 변경에 쓰는 비용은 연간 4770만원(2011년 공정위 조사 기준)에 달한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3대 백화점에는 한 백화점당 전국적으로 1만5000개 안팎의 입점 업체가 영업 중이다.
송정원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백화점이나 마트는 판매 수수료 외에는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 안 되지만 '갑'의 위치를 이용해 각종 비용을 떠넘겨왔다"고 말했다.
표준거래계약 개정안은 공정위가 지난 5일 전국 대형 유통 업체에 발송하면서 곧바로 효력이 생겼다. 만약 이를 어기고 계속 떠넘기기를 하다 적발되면 공정위가 조사를 실시하고 시정 조치나 과태료 처분 같은 제재를 내리게 된다.
공정위는 또 홈쇼핑 업체가 세트 제작비, 모델 및 쇼호스트(판매 전문가) 출연료를 납품 업체에 떠안기는 행위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앞으로 세트 제작비 등 방송 제작에 필요한 비용은 원칙적으로 홈쇼핑 업체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납품 업체가 방송에 필요한 사전 영상물을 제작할 때 홈쇼핑 업체가 특정 회사를 이용하라고 강요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또 납품 업체가 고객에게 제품을 보낼 때, 홈쇼핑 업체 계열 택배 회사를 이용하도록 강제하는 경우에도 제재를 받는다.
다만 납품 업체가 먼저 세트, 모델, 쇼호스트를 바꿀 것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양측이 협의해서 추가 비용을 정하게 된다. 홈쇼핑 업체당 납품업체 수는 400~500곳이 보통이다.
그동안 홈쇼핑 업체들은 고객이 ARS(자동응답전화)로 주문할 때 제공하는 할인 혜택에 들어가는 비용도 납품 업체에 모두 떠넘겨왔는데, 앞으로는 최대 50%만 요구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