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 24주년을 맞아 중국 네티즌들이 기발한 추모 사진을 선보였다고 4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철저한 인터넷 검열을 피해 중국 네티즌들이 고안해 낸 대안이다. 하지만 사진들은 게재되자마자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자들에 의해 삭제 당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웨이보에 올라온 톈안먼 사태 풍자 사진

지난달 홍콩 빅토리아 항구에 떠 있던 16.5미터짜리 초대형 고무 오리 네 마리가 천안문 길 한가운데 놓여 있는 사진이 톈안먼 사태 24주년이던 전날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올라왔다. 이 사진은 1989년 6월 5일 베이징 호텔에서 묶고 있던 AP통신의 사진기자 제프 와이드너가 호텔 6층 발코니에서 찍어서 유명해진 사진 ‘탱크맨’을 풍자한 것이다. 이 네티즌은 네 대의 탱크 대신 네 마리의 오리를 사진에 합성했다.

웨이보에 올라온 톈안먼 사태 풍자 사진

제프 와이드너의 사진을 레고 모형으로 재구성한 사진도 있었다. 레고로 만든 탱크와 레고 사람이 회색빛 레고 바닥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이 사진들은 게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두 삭제됐다. 심지어 ‘대형 노랑 오리’란 단어는 검색 금지어로 지정됐다.

1989년 6월 5일 AP사진기자 제프 와이드너가 호텔 6층 발코니에서 찍은 "탱크맨"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 기념일을 전후해 언론과 인터넷 통제를 강화했다. 이날 웨이보를 비롯해 모든 중국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오늘’, ‘내일’, ‘올해’, ‘특별한 날’ 같은 단어조차 검색되지 않았다. 1989년 6월 4일, 6-4, 64, 63+1 등의 숫자도 금칙어로 지정됐다. 금칙어를 쓴 게시물과 추모 내용을 담은 글들은 곧바로 삭제됐다. 네티즌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모호한 이미지를 택해서 올렸다.

중국 정부의 통제는 인터넷에 그치지 않았다. 톈안먼 광장에서는 특별히 배치된 경찰들이 행인의 소지품을 검사했다. 대학 캠퍼스와 톈안먼 사태 당시 시위가 열렸던 지역의 경비도 강화했다.

올해 제66회 칸영화제에서 ‘죄의 손길’이란 영화로 각본상을 받은 지아장커 감독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역사적 사건이 기억에서 사라질까 봐 걱정하지 마라. 적어도 웨이보의 검열 기능은 기억해 줬다”라고 적었다. 이 글 역시 곧바로 삭제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