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후베이(湖北)성에서 응급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를 찾았지만 주유소 직원들이 영업시간 종료를 이유로 주유를 거부하다 어린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해 중국 대륙이 들끓고 있다.
중국인들이 이 처럼 타인에게 무관심한 것은 고질적인 '중국병(中國病)' 가운데 하나다. 대낮에 누군가가 집단 구타를 당하거나 죽어가고 있어도 주위를 빙 둘러 싸고 구경만 할 뿐 모른척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경찰이 그 주변을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했어도 신고를 받지 않았다거나 내 목숨이 위험해 진다는 이유로 묵살한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재빠르게 대처만 했다면 충분히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경우인데도 응급처지가 늦어져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 같은 중국인들의 고질병은 언어에서 잘 드러난다. 중국어에는 '샤오관셴스(少管閑事)'라는 말이 있다. 이는 "쓸데 없이 남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뜻으로 분수도 모르고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을 질책하는 의미가 짙다. '부리타(不理他)'도 "다른 사람에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뜻으로 중국인들의 습성을 대표하는 말이다.
중국은 어릴 때 부터 자녀에게 "남의 일에 신경쓰지 말라"고 가르친다. 행여나 남의 일에 신경을 쓰다가 내 아이가 피해를 입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이같은 지독한 무관심 문화는 오랜 역사 속에서 수 없이 핍박에 휩싸였던 사회적 배경이 투영된 결과다. 중국인들이 치욕스러워 하는 역사 중 하나인 '문화대혁명' 당시에는 남의 일에 관여하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의 무관심 문화는 이런 역사적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다. 당시에는 잘 나가던 지식층이나 부유층이 하루 아침에 갑자기 반역자로 분류돼 사살되거나 고문을 당하는 일이 흔했다. 시골 산촌으로 하방(下放)돼 막노동을 하기도 했다. 이들을 옹호하거나 줄을 잘못 섰다가 같은 부류로 분류돼 같은 신세를 지거나 운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나만이라도 살아남기 위해 가까운 사람을 밀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수난시대를 겪은 중국인들은 지금도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 고질적인 습성이 몸에 배어 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해도 섣불리 믿지 못하는 것도 이런 역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고질병은 '담장 문화'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중국의 전통 가옥 가운데 하나인 사합원(四合院)은 담장 문화를 상징하는 주택 구조다. 사합원은 주택 전체가 높은 담장으로 빙 둘러 싸여 있는 구조인데 안에서 밖은 물론 밖에서도 안을 볼 수 없도록 밀폐된 구조로 설계돼 있다. 중국의 황제가 살았던 자금성(紫禁城)도 10여m 높이의 담장이 둘러쳐져 있다.
이웃과의 왕래와 정을 중요시해 담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낮은 경우가 많았던 우리의 전통 가옥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다른 구조다.
중국의 이런 집들은 물론 지금은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중국에서 담장은 상대방에 대한 무관심과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不信)의 상징이다. 또 '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으니 다른 사람은 필요없다'는 개인주의의 상징이다.
중국의 담장 문화는 교통 수단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베이징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택시를 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운전기사석을 둘러싸고 있는 칸막이였다.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하던 당시 떠오른 직업 중 하나가 택시기사다. '공자왈 맹자왈' 보다는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현금을 만지는 택시기사는 당시 중국에서 매우 인기 많은 직업으로 꼽혔다. 그러나 현금을 가진 택시기사들이 강도의 타깃이 되곤 했는데 이 때문에 생긴 것이 택시 내부의 칸막이다. 남을 믿지 못해 만든 것이라 볼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 당시 "택시 칸막이는 외국인에게 범죄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이를 없애자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현재 칸막이 택시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중국의 과거 수 천년 역사 속에서 되풀이 되어 온 핍박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남의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 지독한 '중국병'으로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중국병이 또 다시 한 어린아이의 목숨을 잃게 했다. 과정이나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도 중국의 고질병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