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고아(꽃제비)출신 제대군인, 당원들을 잘 돌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가 31일 보도했다. 과거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꽃제비 출신들은 간부로 기용하지 말라”고 말하며 출세길을 막은 것에 비해 다소 완화된 방침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함경북도에 거주하는 한 소식통은 RF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아출신 제대군인, 당원들을 편견없이 돌보라는 김정은의 방침이 지난주 간부강연회에서 전달됐다”며 “방침에 따르면 고아출신 제대군인, 당원들도 행정 간부로 얼마든지 기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언급한 ‘고아 출신’이란 ‘고난의 행군’시기 부모를 잃고 거리를 유랑하던 ‘꽃제비’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1990년대 중반 북한에 홍수 피해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 겹치면서 100만명 이상이 굶어죽는 대참사가 있었고, 북한은 이를 ‘고난의 행군’이라고 선전하며 주민들을 독려했다. RFA에 따르면 당시 부모를 잃고 굶주린 채 거리를 유랑하는 고아들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던 김정일 정권은 일정 나이가 된 꽃제비들을 모두 붙잡아 군에 입대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일은 “꽃제비 출신들을 절대로 노동당 간부에 기용하지 말라”고 지시해 꽃제비들의 출세길은 꽉 막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아 출신들을 편견없이 잘 돌보라”고 지시한 김정은도 꽃제비에 대해 차별 관행을 모두 폐지한 것은 아니다. 노동당의 모든 간부로 진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행정 간부에 한해서만 허가가 내려진 것이다. 따라서 당의 다른 요직은 물론 군, 사법기관 간부의 출세길은 여전히 막혀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지시에 대해 양강도에 거주하는 한 소식통은 RF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꽃제비 출신들을 행정 간부로 쓸 수 있다는 김정은의 방침은 그들의 가슴을 다시 한 번 피눈물 나게 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최근 평안남도 순천시에서 노동당에 입당하고 대학까지 졸업한 제대군인 청년이 ‘꽃제비’ 출신인 것이 드러나 결혼에 실패하고 출세의 길마저 막히자 자살을 선택했다”며 “이런 내용을 보고받은 김정은이 ‘꽃제비 출신을 행정간부 정도로는 쓰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